제2벤처붐이 분다. 신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그 중심에는 핀테크가 있다. 다만 핀테크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성장을 가속하고 관련 산업이 퀀텀점프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금융계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업계, 스타트업 업계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무한경쟁에 뛰어든 배경이다. 여기에 서울시도 나섰다. 핀테크 산업과 제2벤처붐을 부흥하기 위해 핀테크랩을 여의도에 개소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IT조선은 [서울 핀테크랩] 기획 시리즈를 통해 한국 핀테크 산업을 진단하고 서울이 아시아 허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서울 핀테크랩 입주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홍콩의 지위가 위태롭다. 미중 무역갈등과 홍콩 보안법 영향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홍콩을 대신한 아시아 금융허브가 어딘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폐지할 경우 1조달러(약 118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새로운 금융허브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이 차세대 중심지로 거론된다.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도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제43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를 열고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긴 호흡을 갖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홍콩을 떠나는 금융기관을 우리나라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위기 속에도 국내 금융산업의 강점을 토대로 금융허브 전략을 재정립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고 고성장 하는 신남방·신북방의 개발금융 수요는 금융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이라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규제 투명성을 높여 아시아 금융 허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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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핵심이다. 여의도를 세계 금융중심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다양한 구상이 오간다. 영국 조사업체 지옌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올해 중요한 곳으로 성장할 도시 15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지만 성장 가능성은 인정받은 셈이다. 서울은 3월 GFCI 순위에서 33위를 차지했다. 작년 9월 36위에서 세 계단 올랐다.

특히 서울시는 핀테크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전통 금융산업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핀테크를 기반으로 변화를 꾀한다는 포부다. 핀테크는 금융, 산업, 기술이 결합된 분야로 잠재력이 큰 신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는 현재 70개사 수준인 서울핀테크랩 입주사를 100개로 확대한다. 공간도 현재 4개 층에서 6개 층으로 넓힌다. 연면적 1만2000㎡, 1000명이 상주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한다. 새 공간에는 인증‧보안 등 비대면 분야 기업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해외 핀테크 기업도 추가 모집한다. 금융 기업이 모인 여의도를 거점으로 삼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핀테크랩을 세계 최고 수준의 핀테크 창업 허브로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핀테크 스타트업 100개사를 한 자리에 모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뉴욕, 런던, 홍콩 등지의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규모다.

일례로 뉴욕에서 시작된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은 20개 기업을 선발해 12주간 운영하는 단기 멘토링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홍콩 혁신창업허브 사이버포트(Cyberport)는 400여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대규모 공간이지만 지원 산업 범위가 넓다. 핀테크 스타트업 중심으로 시작해 현재는 인공지능(AI), 이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을 육성한다.

서울핀테크랩은 입주 공간 외에도 투자유치 및 해외진출 지원, 국내외 금융사 네트워킹 기회 등을 제공한다. 그 결과 작년에는 입주기업 매출 276억원, 투자유치 308억원, 고용창출 125명 등 성과를 냈다.

서울핀테크랩 관계자는 "지난해 목표를 웃도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올해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급성장하는 비대면 산업의 대표적인 분야인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궁극적으로 한국 금융 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유망 핀테크 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핀테크랩을 세계가 주목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허브로 조성해 서울의 금융 경쟁력을 높이고 여의도를 금융혁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핀테크 관련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 핀테크 아카데미가 대표 사례다. 상·하반기 각 50명의 교육생을 선발해 1인당 교육비 200만원을 전액 지원한다. 교육생은 은행·카드·여신전문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등 3개 특화 전문과정 중 하나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9월에는 여의도에 금융대학원이 문을 연다. 석사 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으로 구성된다. 4년간 약 840명의 금융·핀테크 분야 전문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금융위원회는 이곳에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약 190억원을 지원한다.

다만 서울이 세계 금융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업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홍콩의 위기를 틈타 도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체류 자격 완화, 세금 혜택 등을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콩,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한 배경에는 해외 기업에 친화적인 환경이 있었다"며 "국내 핀테크 기업 육성과 더불어 기업 환경을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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