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가 역겹다"는 CGV 근무자 내부 방송이 한국 팝컬처 마니아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일반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라이브 공연 영상에서 나온 안내방송인만큼 애니 마니아들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22일 CGV 왕십리점에서 한 근무자가 안내 방송 이후 마이크가 켜진 채로 마니아 관객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근무자는 방송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오타쿠들 엄청 징그럽다. 수영복 입고 뭐 그런 거 보고 있고 소리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타쿠'는 특정 분야에서 마니아 이상의 지식을 갖추거나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오타쿠 단어가 탄생한 일본에서도 상황에 따라 해당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 될 수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현지에서 오타쿠가 일종의 ‘욕'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뱅드림 8th 라이브 캐릭터 이미지. / 부시로드
뱅드림 8th 라이브 캐릭터 이미지. / 부시로드
안내 방송 사고가 터진 상영작은 8월 21~23일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열린 ‘뱅드림! 8th 라이브 여름야외 3DAYS 라이브’다. CGV에서는 8월 21일부터 3일간 매일 오후 5시에 용산아이파크몰, 왕십리, 영등포, 부산 서면 등 4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특정 분야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만큼 티켓 가격도 비싸다. CJ CGV는 3일권을 4만3000원에 판매했다.

뱅드림 8th 라이브 관람객 일부는 22일 CGV 근무자의 오타쿠 비하 발언을 녹음해 유튜브 상에 업로드하고, 관련 사건을 게임·팝컬처 커뮤니티에 정리해 올리는 등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CJ CGV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팬심으로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게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겼기 때문이다. 보통 팝컬처 마니아들은 N차 관람등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소비하는 등 극장업계에서는 핵심 고객으로 평가받고 있다.

23일, CJ CGV 한 관계자는 "당시 근무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관객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직원에 대한 조치와 함께, 내부 프로세스를 철저히 재점검해 추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J CGV 관계자는 이어 "해당 직원 역시 본인 불찰로 빚어진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뱅드림!은 밴드를 결성한 5명 여고생들이 함께 성장해간다는 설정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애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가 현실세계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애니·게임·리얼라이브가 융합된 미디어믹스 사업이다.

뱅드림!은 일본 콘텐츠 전문 기업 부시로드 회장인 ‘키다니 타카아키(木谷高明)’가 기획해 2015년 출범시킨 미디어믹스 사업이다. 2014년 당시 키타니는 앞서 출범한 ‘러브라이브!' 성공을 지켜보며 게임·애니와 음악을 융합시킨 콘텐츠를 고민한다. 키타니는 2014년 2월 열린 ‘아이돌마스터’ 라이브 공연에서 성우 아이미(愛美)의 기타 연주를 듣고 걸즈밴드의 가능성을 느껴 애니 캐릭터 콘텐츠와 걸즈밴드를 융합한 프로젝트를 발동한다. 부시로드는 만화 콘텐츠를 필두로 애니메이션, 소설, 게임, 라이브 콘서트, 라디오 방송 등 다채로운 미디어를 통해 뱅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