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크리에이터 업계에 ‘뒷광고(대가를 받아 만든 광고를 대가 없이 만든 일반 콘텐츠처럼 꾸미는 행위)’ 폭풍이 불어닥쳤다.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터 여러명이 뒷광고를 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은퇴한 이도 있다.

뒷광고의 해악은 크다. 대가를 받고 만든 광고인 만큼, 상품이나 서비스의 단점을 잘 다루지 않는다. 심지어 이를 왜곡,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

값 비싼 전자제품과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몸 안팎에 영향을 주는 건강식품 등 민감한 상품을 살 때에는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뒷광고 콘텐츠는 장점만 늘어놓는다. 결국 뒷광고만 보고 단점을 모른 채 상품이나 서비스를 산 소비자는 유무형의 피해를 입는다.

탈세 문제도 크다. 뒷광고 크리에이터는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긴다. 그러니 소득 신고를 제대로 할 리 없다. 뒷광고 논란 자체도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뒷광고는 시청자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마땅히 비판하고, 재발하지 않게 법과 제도를 다듬을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일부 언론, 시청자 사이에서 제기하는 ‘크리에이터와 생태계 무용론’으로 흐르면 안된다. 모든 크리에이터가 뒷광고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 뒷광고 크리에이터도 아니다.

뒷광고는 없애고, 정상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 빈대만 잡아야지 초가삼간을 태우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뒷광고라는 해악에 잠깐 가려졌지만, 크리에이터의 장점과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눈부시다. 크리에이터는 소비자와 공감하고 소통한다.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고 정보와 재미를 함께 전달한다. 특기나 취미, 창작 욕구를 가진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크리에이터는 소정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전에는 홍보와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콘텐츠 해외 진출의 지름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레 크리에이터는 점차 늘어난다. 이들을 모두 잠재적 뒷광고 크리에이터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다른 시청자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줄 크리에이터의 싹을 짓밟는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없으면 자연스레 생태계는 쇠퇴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뒷광고 없는 청정한 크리에이터 업계다. 삭막한 황무지 크리에이터 업계가 아니다.

이미 뒷광고를 걸러낼 법률의 틀은 짜여졌다. 9월 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이 시행된다. 콘텐츠가 광고임을 기준에 따라 명확히 알리지 않을 경우, 사업자에게 매출 혹은 수입의 2% 이하 혹은 5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범위에 광고주뿐 아니라 크리에이터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플랫폼 사업자’에도 개정안을 적용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고도 밝혔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단속의 그물은 촘촘하기보다는 성길 것이다. 단속 및 계도만으로는 수십만명이 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뒷광고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어렵다. 이 때 시청자가 ‘왓치맨(Watchmen,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건전한 크리에이터에게는 박수를 치고, 뒷광고를 일삼는 크리에이터에게는 검증의 돋보기를 내밀어야 한다.

크리에이터의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기 전 지상파 방송의 PPL(Product PLacement, 영화, 드라마 등의 소품을 광고비를 준 기업의 제품으로 삼는)광고, 블로그의 상업성 게시물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 논란을 겪고 나서, 현명한 시청자들은 PPL이나 블로그의 상업성 게시물에 이전처럼 현혹되지 않게 됐다.

크리에이터 업계는 새로운 미디어, 정보 전달 창구로 주목 받을 만큼 큰 가능성을 가졌다. 그 가능성은 잘 살리고, 뒷광고와 같은 잡초는 뽑아내야 할 것이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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