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인들이 나와 세종시와 혁신도시 추가 이전 계획을 주제로 토론하는 방송을 봤다. 세종시에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해 잔여 정부부처들을 이전하고 122개의 잔여 공공기관도 마저 이전하는 2기 혁신도시 계획에 대해 참석자들은 대체로 지지했다. 야당 정치인도 발표 시점이나 이전 기업들의 지역과의 정합성 내지는 시너지 부족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비슷한 입장이었다. 충청도 출신의원들이라 영향이 있지 않았나 의심도 들었다.
이들이 내세운 가장 큰 목표는 역시 지역 균형 발전이다.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국정 효율을 위한 것이며 1차 혁신도시가 균형 발전에 긍정적이었다는 의견을 냈다.
토론을 보며 놀란 것은 ‘도시를 말하면서 정작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에 대해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삶이 안중에도 없다.
사실 자녀가 어리고 외벌이 상태인 30% 정도만 이전도시에 완전히 정주하는 현실이다. 배우자 직장과 자녀 교육으로 묶여 원 거주지를 유지한다. 두집 살림에 주말가족으로 살아가는 근무자들의 말없는 아우성이 어떻게 안 들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들이야말로 그 도시에 살면서 그 도시를 키워가야 할 사람들 아닌가.
1가구 2주택 문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원 근거지를 놔두고 부임지에 주중에 기거할 주택을 마련한 것까지 투기 세력으로 몰아 주택을 처분하라고 강요한다. 넌센스다. 사실 정부가 나서 세종시나 혁신도시의 안착을 촉진하기 위해 분양 혜택까지 줘가며 유도하지 않았는가. 사람이 먼저라더니 정책을 펴면서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다
60~70 년대에는 상황이 달랐다. 지역 여러 곳에 산업단지를 계획해 배치하며 아파트를 지어주면 전 가족이 이주할 수 있었다. 지금은 맞벌이 시대다. 교육이 모든 가정의 가장 큰 이슈다. 이러한 현실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두집 살림을 하느라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주중에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주말마다 길거리에서 교통에 시달리는 유목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개인 생활도 생활이지만 정상적인 근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와 인적자원 경쟁력이 자꾸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포항제철이 포항에 자리 잡을 때다. 최첨단의 시설로 교육, 문화, 주거 환경을 갖췄다. 그 결과 오늘날 포스텍은 최상위권 대학으로 성장했다.
애초에 전국으로 조각을 내 분산할 것이 아니라 몇 개 거점에 집중해 충분한 자족 기능을 갖도록 설계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이를 2차 이전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맞벌이 배우자를 배려하는 정책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인근 지역의 교육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의 전보를 비롯해 직장 이전 알선 사업도 고려할 수 있다. 수십 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같은 지역에서 직장을 갖는 가족이 늘겠지만 이를 앞당기려면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효과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주혁신도시 이전 초기에 기관장들은 젊은 미혼 직원들이 단체로 만나게 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1기 혁신도시 이전이 경제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또한 신뢰하기 힘들다. 수도권에 집중한 것을 분산해야 하는데 오히려 혁신도시 인근 원도심으로부터의 흡입 효과만 컸다. 그 결과 원도심은 빠르게 공동화하고 쇠퇴했다.
기관 특성과 지역 연계 기능 등의 고려가 없이 나눠먹기 식으로 분산한 것 또한 비효율의 근원이 된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만 해도 그렇다. 기차역도 없는 외진 곳에 두다보니 교수를 초빙하기 힘들다. 강의시간보다 왕복 교통에 하루를 날린다. 초빙교수 교통비로 매번 왕복 7~8만원씩 부담한다. 해당 기관 운영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도상으로 작업을 한 결과다.
정치인은 균형발전을 추구한다고, 지자체장은 몇개의 기업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시킨다고 내세우기에 급급하다. 엄청난 비효율과 고통으로 몸살을 앓는 현실에는 눈을 감은 채 자신들 목표에만 맞게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모든 공공기관의 비효율은 전국민의 짐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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