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3일간 의사들이 단체로 업무를 중단했다. 현시점에서는 파업이 소강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의협과 정부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8월 21일부터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으로 의료 공백 우려는 남아있다.

코로나19로 엄중한 이 시기에 의사들이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단체행동에 나선 이유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정책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정부가 새로운 의료정책을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철회하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의사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외친다.

그들의 입장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정당성을 잃었다. 국민으로부터 공감대도 얻지 못한다. 심지어 내부에서도 반발하는 이들이 다수다. 명분이 없다. 그들만의 리그가 된 이유다.

시기의 문제다. 세계에는 코로나19라는 유행병이 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전국에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감염경로는 모르는 환자도 다수다. 병상도 포화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수 많은 이들이 살고 죽을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인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진료거부를 택했다.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잡은 것으로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들이 환자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병원은 중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위중한 환자가 예정된 수술을 받지 못했다거나 집단휴진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아 3시간을 헤메던 위급한 환자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진다. 코로나19 검사를 축소한 병원도 있다. 일반적으로 파업은 자기 목숨을 내거는데, 의사들은 남의 목숨을 걸고 파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의대생들은 ‘덕분에 챌린지’를 비튼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진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정부가 '덕분에 챌린지'를 통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의료인을 치켜 세웠으면서도 정작 의료 정책 추진 과정에는 의료계 목소리를 배제하고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코로나19로 고생한 모든 의료진과 보건당국을 위한 챌린지를 조롱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내부 총질을 한 셈이 됐으며 본격적으로 국민들이 밥그릇 싸움이 목적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기폭제 중 하나로 작용했다.

외국에서도 현재 의사들의 파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 의대생이라고 밝힌 이가 한국 의사들이 파업하는 이유라며 레딧에 글을 게시하자 이를 본 외국인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택시 파업과 다르게 의사 파업은 최후이자 최악의 수단이라고 지적하는 댓글과 대중에게 보여질 이미지도 중요하다는 걸 잊은 것 같다는 댓글, 의사들의 주장이 100% 맞다해도 100년만에 한번 올까하는 전염병이 터진 이 시국에 굳이 시위를 해야 하냐는 댓글 등 대부분 의사와 의대생들의 주장에 동감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의사들조차 의견이 나뉜다. 파업 첫날인 26일 개원의 휴진율은 10%에 그쳤다. 그나마 휴진을 한 이들도 파업이 아닌 하계휴가라고 환자들에게 알렸다. 또 전공의 1만6000명 가운데 76%가 사직서를 작성했지만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인원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 이에 대해 한 관련자는 "파업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도 협회나 주변에 눈치가 보여 참여하는 척 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국민적인 호응을 얻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요구사항을 바꿔야 한다. 의대증원 반대가 아닌 열악한 전공의들의 노동조건 문제를 요구해야 한다.

또 올바른 정책 개시안을 내놓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삼지 말아달라. 당신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의사가 된 국가의 중대한 인재들이다. 명분없는 단체집단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국민과 환자를 위한 리그에서 뛰어주기를 희망한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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