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켜놓은 전등이 아이들(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전등은 매초 100번 이상 빛을 깜빡거리며 빛을 냅니다. 사람은 이같은 깜빡임을 인지할 수 없지만 고양이나 강아지는 동체 시력이 사람보다 4배나 더 좋다 보니 전등의 깜박임을 인지합니다. 아이들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죠. 결국 안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소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주거 환경이 반려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아낀다고 하지만, 이들의 의식주 중 의(옷)와 식(음식)만 챙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주거 환경에도 신경을 써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생각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견주택연구소는 반려동물 주거 환경 전문 기업이다. 박 소장은 2016년 회사 설립 후 반려동물 친화적인 건물 시공과 공간 컨설팅 등을 진행 중이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소장 / 반려견주택연구소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소장 / 반려견주택연구소
박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을 가족같이 여기는 문화가 빠르게 발달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반려동물의 이름에 반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생애를 함께한다는 측면을 고려한 큰 변화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과거엔 애완견, 애완묘라는 명칭을 주로 썼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다 보니 반려인의 관심사와 소비도 늘어난다. 반려견 전용 보양식까지 나오는 등 반려동물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더욱 풍부해졌다. 반려동물용 목줄과 옷 등은 패션 아이템화 했다. 하지만 아직 반려동물 의식주 중 주거 측면은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

박 소장은 "반려동물은 반려인보다 집에 더 오래 머무르지만, 이들을 고려한 좋은 주거 환경을 구축한 사례를 보기 힘들다"며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생각으로 주거 환경 개선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인과 반려견, 같은 곳에 있지만 들이마시는 공기 질은 다르다?

박 소장이 꼽은 반려동물 친화적인 주거 환경의 중요한 세 가지는 바닥재와 조명, 환기다. 바닥재의 경우 반려동물의 관절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반려동물 발바닥에는 털이 있는데, 일반 바닥재를 걸어다닐 경우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다. 잘못하면 슬개골 탈구로 이어질 수 있다.

박 소장은 "아이들이 미끄러지는 것을 줄이려면 바닥에 매트를 깔거나 미끄럼 방지 코팅 등 조치를 해야 한다"며 "매트는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미끄럼 방지 코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조명은 플리커(조명이 빠르게 깜빡이는 현상) 프리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플리커 현상은 반려동물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박 소장은 반려동물이 탁자 밑이나 어두운 곳을 자주 찾는다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플리커 현상에 대한 스트레스 문제는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절한 환기도 필요하다. 박 소장은 환기 시설을 설치할 경우 리모델링을 해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지출도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 향상과 냄새 제거를 위해서라면 적절한 환기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

그는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면 집에 먼지나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이 쌓여 바닥에 가라앉는다"며 "반려동물은 바닥과 가까이 있기에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사람보다 안 좋은 환경에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호흡량이 15~20% 더 많기에 나쁜 공기를 들여마실 확률이 높고 이 경우 건강에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환기 시설을 설치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집안 냄새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려견주택연구소가 서울 망우동에 시공한 펫빌라. 건물 입구에 세족 시설을 설치해 반려동물이 실내로 들어갈 때 발을 씻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 반려견주택연구소
반려견주택연구소가 서울 망우동에 시공한 펫빌라. 건물 입구에 세족 시설을 설치해 반려동물이 실내로 들어갈 때 발을 씻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 반려견주택연구소
사업 목표는 ‘반려동물 친화적인 문화 조성’

반려견주택연구소는 인테리어 변경을 넘어 반려동물 친화적인 건물 시공을 위해 공을 들인다. 이른바 ‘반려동물 공생 주택’이다. 집 내부 인테리어뿐 아니라 건물 전체를 반려동물 친화적인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일반 주거 건물과 차이가 있다.

반려동물 공생 주택은 미끄럼 방지 바닥 코팅에 오염을 막는 벽지와 반려동물 맞춤 조명, 소음을 막는 중문 설치 등이 돼 있다. 문이 닫혀도 반려동물이 오가도록 펫도어를 설치하고 반려견 전용 샤워기도 둔다. 건물 옥상에는 잔디 운동장을 설치하고 건물 1층에 배변 처리기와 세족 시설 등을 두는 것도 특징이다.

반려견주택연구소는 이같은 반려동물 공생 주택을 지역 곳곳에 시공했다. 건물 형태는 전원주택부터 빌라, 오피스텔까지 다양하다. 서울 남가좌동 펫 전원주택과 망우동 펫 빌라는 시공을 마쳤다. 사당동과 선유도 펫오피스텔, 인천 가좌동 펫오피스텔 등은 건립을 진행 중에 있다.

최근엔 반려동물 친화적인 숙박 시설 조성에도 힘쓴다. 반려견주택연구소가 컨설팅한 일산 소노캄 고양과 대명 홍천 리조트는 최근 오픈을 마쳤다. 강원도 양양 펫 프렌들리 호텔은 건축 허가를 받은 상태다.

박 소장은 "근래엔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어디서든 편하게 여행하며 지낼 수 있도록 반려동물 친화적인 숙박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 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반려동물 주거 환경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