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수수료 분쟁중인 에픽게임즈 계정 차단
반면 에픽게임즈 경쟁작 ‘배그 모바일’ 홍보 나서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모바일 플랫폼 수수료 분쟁에 불이 붙었다. 29일(이하 현지시각)애플이 에픽게임즈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을 차단했다. 우연의 일치로, 애플은 이날 에픽게임즈의 최대 경쟁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을 '독점 홍보'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31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에픽게임즈의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을 차단했다. 이는 에픽게임즈가 새 앱을 출시하거나, 기존 앱을 업데이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탓에 포트나이트 외 에픽게임즈의 다른 게임도 앱스토어에서 플레이할 수 없게 됐다. 앱을 실행하려 하면 '현재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만 나올 뿐이다. 포트나이트 iOS 버전은 크로스플레이 기능을 상실했다. 에픽게임즈가 27일 적용한 시즌4 콘텐츠를 iOS 버전에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 개발자 계정을 차단한 날 공교롭게도 배틀그라운드 새 콘텐츠 독점 프리뷰를 공개한 애플 앱스토어 트위터, 펍지주식회사와 애플의 광고는 에픽게임즈 차단과는 무관하게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 트위터
에픽게임즈 개발자 계정을 차단한 날 공교롭게도 배틀그라운드 새 콘텐츠 독점 프리뷰를 공개한 애플 앱스토어 트위터, 펍지주식회사와 애플의 광고는 에픽게임즈 차단과는 무관하게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 트위터
앱스토어, 에픽게임즈 계정 차단한 날 경쟁작 배그 모바일 독점 홍보

애플은 공교롭게도 에픽게임즈의 계정을 차단한 날, 포트나이트의 경쟁작 배틀그라운드(배그)의 홍보에 나섰다. 배그 모바일은 9월 8일 1.0 업데이트에서 에란겔 맵을 전면 개편하는 등 새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인데, 애플이 독점 프리뷰를 공개했다.

펍지주식회사(배틀그라운드 개발사)는 2018년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코리아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던 경쟁사다. 다만 펍지주식회사는 "해당 광고는 에픽게임즈·애플 분쟁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배그 모바일이 에픽게임즈의 게임엔진(게임을 제작할 때 뼈대가 되는 도구) ‘언리얼 엔진4’로 제작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업계가 우려한 것처럼, 애플이 언리얼 엔진4를 쓴 게임 전반을 제재하지는 않은 셈이다.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애플은 18일(현지시각) 28일까지 에픽의 모든 개발자 계정을 종료하고, iOS 운영체제와 맥 개발도구에서 에픽게임즈를 차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서비스하는 다른 개발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통보한 조치는 규칙 위반과 무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 판사는 "애플이 포트나이트를 차단할 수는 있으나 언리얼 엔진을 포함한 다른 에픽게임즈의 개발자 계정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로저스 판사는 "에픽게임즈와 애플은 서로 소송할 자유가 있으나, 이 분쟁이 제 3자에게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라고도 밝혔다.

이 판결 덕에 앞으로도 언리얼 엔진4로 만든 다른 게임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임시 명령이어서 재판 진행 상황을 계속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에는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다른 게임을 건드리지는 말라는 판결이 나왔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애플도 확실히 따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미지 / 펍지주식회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미지 / 펍지주식회사
위정현 학회장 "대박 터뜨린 게임사가 수수료에 불만 제기하는 현상 반복될 수도"

7월, 국회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 오시영 기자
7월, 국회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 오시영 기자
한편, 이번 분쟁은 에픽게임즈가 14일 플랫폼에 30%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이용자에 20% 할인 혜택을 주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대표작 포트나이트에 추가하면서 시작됐다. 약관 위반이라며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곧바로 앱스토어에서 내렸고, 이에 에픽은 애플을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향후 불거질 모바일 앱마켓 수수료 분쟁을 ‘올 것이 왔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포트나이트 같이 성공한 글로벌 대작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매출의 30%를 플랫폼에 납부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에픽게임즈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한국 등 다른 지역 게임사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또한 "모바일 앱 플랫폼 시장은 독점이 아니라 구글과 애플의 과점구조이므로, 독점 구조와는 달리 수수료를 둘러싸고 두 회사 사이에서도 경쟁이 나올 수 있다"며 "향후에도 대박을 터뜨린 게임사가 플랫폼 수수료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또한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트나이트 차단으로 배그 모바일 반사이익 볼까…위정현 학회장 "제한적일 듯"

한편, 포트나이트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가면서 경쟁작 배그 모바일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업계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다운로드가 막힌 상황이므로 이후 신규 이용자의 추이를 살펴봐야 하지만 포트나이트는 출시 이후 주요 이용자 층이 이미 유입된 상황이다. 배그 모바일이 얻는 반사 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포트나이트보다는 향후 에픽게임즈가 게임을 출시할 때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펍지주식회사는 "현재로서는 직접적 영향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애플, 에픽게임즈 분쟁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배그 모바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모바일게임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배그 모바일·화평정영(텐센트가 배그 모바일 서비스 종료 후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은 5월 기준으로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중국 매출 비중은 53%에 달한다.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은 공식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게임이지만, 업계에서는 정황상 텐센트와 펍지 사이에 로열티 지급 등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텐센트는 펍지와 에픽게임즈의 2대주주(펍지 지분율 13.3%, 에픽 지분율 40%)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