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C 업계가 2년 만의 엔비디아 차세대 지포스(Geforce) 그래픽카드 발표를 앞두고 폭풍 전야의 상황이다. 신형 지포스 그래픽카드가 코로나19 여파로 모처럼 게임용 고성능 PC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훈풍이 될 수도, 되려 역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신 암페어(Ampere) 아키텍처 기반 차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는 한국 시각으로 9월 2일 새벽 1시에 온라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가 직접 발표에 나설 정도로, PC 업계에선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조텍 스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조텍 지포스 RTR 3090 트리니티 홀로(Trinity Holo)’ 제품의 렌더링 이미지 / HD테크놀로지아
조텍 스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조텍 지포스 RTR 3090 트리니티 홀로(Trinity Holo)’ 제품의 렌더링 이미지 / HD테크놀로지아
모델명에 3000번대 번호가 붙는 차세대 ‘지포스 30시리즈’의 대략적인 특징은 가격과 실질적인 성능을 제외하면 대략 드러난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레퍼런스 격 제품인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은 최상위 모델인 ‘지포스 RTX 3090’을 기준으로 기존 20시리즈 대비 50%쯤 더 커진 크기, 앞뒤로 달린 듀얼 팬, 사선 방향의 대형 방열판과 쿨링 솔루션, 새로운 12핀 보조전원 단자 채택 등 외형적인 특징이 거의 밝혀졌다.

공식 발표가 다가오자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비 레퍼런스 제품 디자인 및 외형도 속속 유출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 미리 등록되거나, 업계 관계자를 통해 조텍, 에이수스, 게인워드 등의 제품들 외형 사진과 렌더링 이미지가 대거 유출됐다.

구체적인 사양도 드러났다. 최상위 모델인 지포스 RTX 3090은 5248개의 쿠다(CUDA) 코어에 이전 세대 상위 모델의 두 배에 달하는 최대 24GB의 GDDR6X 메모리를 탑재했다. 3090과 함께 발표하는 한 단계 아래 모델 RTX 3080도 4352개의 쿠다 코어에 전 세대 동급 모델보다 늘어난 10GB의 GDDR6X 메모리를 탑재한다는 것.

엔비디아 공식 영상 속 차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 윤곽 모습 / 엔비디아
엔비디아 공식 영상 속 차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 윤곽 모습 / 엔비디아
다만, 가장 중요한 성능 및 가격 정보 유출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각국의 하드웨어 커뮤니티 및 전문 매체,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지포스 30시리즈 주요 제품들의 샘플을 이미 수일 전에 제공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하기 위한 전용 드라이버는 공식 발표를 겨우 하루 앞두고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이상으로 이번 지포스 30시리즈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가격’이다. 2년 전 지포스 20시리즈를 발표할 때 전체 라인업의 가격대를 이전 세대 대비 20만원~30만원 이상 크게 올림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현재 최상위 3090 모델의 예상 가격은 전작보다 크게 오른 최소 1399달러(165만5000원)에서 최대 1999달러(236만4800원)로 추정된다. 그 이하 모델들도 최소 수십 달러에서 최대 100달러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2년 만에 나오는 차세대 지포스에 대한 기대감이 예년만 못하다.

특히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지포스 3090의 한국 출시 가격이 최소 200만원은 훌쩍 넘을 것이라 예고하면서 기대감 못지않게 벌써 실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면서 PC 시장의 신규구매, 업그레이드 수요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엔비디아 행보를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올해 하반기 PC 업계의 희비는 2일 새벽 1시 온라인에서 가격을 공개하는 황 회장의 입에 달린 셈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