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 칼럼] 나는 정부를 믿는다. 부동산만 빼고

입력 2020.09.07 06:00

20년 가까운 기자생활 동안 수많은 공직자를 만났다. 대부분 사명감이 투철했다. 녹봉을 받는 만큼 책임감도 컸다. 그걸 옆에서 봤기에 그들을 믿고 정책을 소개했다.

하지만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셀 수 없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필자도 여러번 당했다(?). 모 부총리 백브리핑(브리핑 이후 비공식 설명자리)이 기억난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시세가 오히려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집을 사자는 와이프에게 침 튀기며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렸다. 2년 후 정확히 두배 오른 가격에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돈에 연연하면 안된다고 얘기한다. 자본주의가 쉽게 용납하질 않는다. 2001년 결혼한 필자는 당시 1억7000만원대 아파트 매수를 잠깐 고민했다. 역시 와이프 제안이었다. 1억원 이상 은행빚으로 신혼 생활을 시작할 수 없다는 ‘악랄한 자존심’에 단칼에 거절했다. 그리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와이프 말을 따랐으면 어땠을까.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이미 20억원을 훌쩍 넘었다. 당시 아파트를 산 동갑내기 친구는 그 집 말고 한 채가 더 있다.

최근 강연에서 들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순간 이해를 못했다. 뒤이어 나온 ‘조물주 위에 건물주’ 우스갯소리가 나를 일깨웠다.

국가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허리가 중요하다. 20~30대들이다. 이들이 건강한 사고(思考)로 각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유연성이 강조되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는 더욱 그렇다. 이들의 경쟁력이 곧 미래 국가의 경쟁력이다.

과연 이들이 현재의 근로소득에 만족할까. 최근 터지는 일련의 부동산 소식은 그들을 힘들고 짜증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과거 코스닥 버블 당시 ‘하루 보유 주식 상승분이 내 한달치 월급’이라며 직장을 때려친 선배가 떠오른다.

물론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년, 길게는 수십년 안된 게 떡하니 나오긴 힘들다. 다만 국민이 ‘진 빠지는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도록 용납해선 안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공직사회의 부동산 관련 잡음은 ‘그러려니’ 하기에는 너무나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문재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로 ‘공정’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상실감, 실망감이 덜 했을 수 있지 않을까 느꼈다.

문 대통령 임기는 1년 8개월 남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부동산 정책 효과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서는 안된다. 공직자 등 리더들이 책임있는 행동과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수많은 샐러리맨·소상공인들이 ‘근로소득’의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말이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