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지포스 30시리즈' 후폭풍, '패닉 셀링' 혼돈의 중고시장

입력 2020.09.06 06:01 | 수정 2020.09.06 06:30

엔비디아가 2년 만에 선보인 지포스 30시리즈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기존 지포스 20시리즈를 월등히 앞서는 성능에,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어서 갑작스럽게 중고 매매 시장도 시끄러워지고 있다. 기존에 비싼 가격으로 지포스 RTX 2070 이상 제품을 구매했던 사용자들이 중고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앞다투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 일종의 ‘패닉 셀링(공포에 의한 매도)’인 셈이다.

지난 2일 엔비디아는 새로운 8나노 제조 공정에 차세대 암페어 아키텍처와 더욱 개선된 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30시리즈를 발표했다. 기존 지포스 20시리즈 대비, 20% 이상의 성능 향상에 예상과 달리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포스 RTX 3080이 699달러(83만1400원), RTX 3070이 499달러(59만3500원, 이상 VAT 제외)다. 엔비디아는 전작인 지포스 20시리즈와 같은 가격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군 /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발표 기준으로 기존 모든 지포스 RTX 20시리즈의 실질적인 가치가 499달러에서 시작하는 지포스 RTX 3070 이하 수준이 되어버린 셈이다. 지포스 RTX 3070이 기존 2080 Ti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제공하고, RTX 3080도 기존 2080보다 최대 2배의 성능을 발휘한다.

지포스 30시리즈 발표 직전만 하더라도 기존 지포스 RTX 2070 슈퍼 제품은 70만원대, 지포스 RTX 2080 슈퍼 제품은 80만원~90만원대를 유지했다. 최상위 지포스 RTX 2080 Ti는 최소 140만원대에서 시작했다.

결국 기존에 비싼 가격대에 지포스 20시리즈 상위 모델을 구매했던 사용자들 상당수가 지포스 30시리즈로 넘어가기 위해 중고 시장에 매물을 대거 올리기 시작했다. 지포스 30시리즈가 본격적으로 판매 되기 이전에 최대한 좋은 가격으로 보유한 20시리즈를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지포스 20시리즈 상위 모델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일반 구매자와 업자들이 몰리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이는 것.

엔비디아가 공개한 지포스 RTX 3080, 3070의 성능 비교 자료 / 엔비디아
이러한 그래픽카드 전환기는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지 못했던 이들 입장에서는 최적의 구매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래픽카드는 고장이 나지 않는 한 신품이나 중고나 성능 차이는 전혀 없다. 매물에 따라 원하던 제품을 정가의 절반 수준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이 시기를 노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고제품 전문 판매상들도 각종 매물을 최대한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중고 장터로 몰려든다.

판매자들은 손실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시세를 기준으로 최대한 높은 가격을 부른다. 구매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고 애쓴다. 그사이에 벌어지는 눈치 싸움도 상당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지포스 20시리즈 관련 거래 글이 급격히 증가했다. / 중고거래 사이트 갈무리
예시로, 한 판매자가 지포스 RTX 2070 슈퍼를 50만원에 매물로 올리면 구매자들이 댓글로 45만원, 40만원 등을 부르며 대놓고 에누리를 시전하는 것이 보통이다. 구매자가 올리는 매입 요청 글에는 각종 발표 자료나 출처가 불분명한 지포스 30시리즈 예약 구매 정보를 증거자료(?)로 올리고선 그보다 저렴하게 팔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대놓고 최상급 지포스 2080Ti를 반값도 안 되는 60만원~70만원대에 구매하겠다는 구매자의 글도 보인다.

다소 비싼 가격에 매물을 올린 판매자의 글에는 일부 구매자들이 단순 에누리를 넘은 조롱 조, 비방 조의 댓글을 달며 훼방을 놓기도 한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기 원하는 기존 사용자의 초조함을 노린 신경전으로, 심하면 말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중고 장터 및 판매 사이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어디든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대다수 중고 장터 및 사이트의 운영자나 관리자는 사기 우려가 있거나 일부 심각한 분쟁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각각의 거래 과정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 거래를 원하는 이들 간에 보이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신경전과 비방전으로 인한 흙탕물 싸움도 적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좀 더 추이를 지켜보고 중고 판매를 고려할 것을 조언한다.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 외에 주요 하드웨어 리뷰 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지에 지포스 30시리즈의 실제 성능 테스트 자료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 정확한 판매 가격도 정식 출시 예정인 17일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성능 및 가격 공시 이후 자신이 보유한 지포스 20시리즈 제품의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을 우려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고, 이들이 중고 장터로 내몰리는 만큼 중고 시장의 혼탁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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