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2년 만에 선보인 지포스 30시리즈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기존 지포스 20시리즈를 월등히 앞서는 성능에,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어서 갑작스럽게 중고 매매 시장도 시끄러워지고 있다. 기존에 비싼 가격으로 지포스 RTX 2070 이상 제품을 구매했던 사용자들이 중고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앞다투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 일종의 ‘패닉 셀링(공포에 의한 매도)’인 셈이다.
지난 2일 엔비디아는 새로운 8나노 제조 공정에 차세대 암페어 아키텍처와 더욱 개선된 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30시리즈를 발표했다. 기존 지포스 20시리즈 대비, 20% 이상의 성능 향상에 예상과 달리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포스 RTX 3080이 699달러(83만1400원), RTX 3070이 499달러(59만3500원, 이상 VAT 제외)다. 엔비디아는 전작인 지포스 20시리즈와 같은 가격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포스 30시리즈 발표 직전만 하더라도 기존 지포스 RTX 2070 슈퍼 제품은 70만원대, 지포스 RTX 2080 슈퍼 제품은 80만원~90만원대를 유지했다. 최상위 지포스 RTX 2080 Ti는 최소 140만원대에서 시작했다.
결국 기존에 비싼 가격대에 지포스 20시리즈 상위 모델을 구매했던 사용자들 상당수가 지포스 30시리즈로 넘어가기 위해 중고 시장에 매물을 대거 올리기 시작했다. 지포스 30시리즈가 본격적으로 판매 되기 이전에 최대한 좋은 가격으로 보유한 20시리즈를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지포스 20시리즈 상위 모델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일반 구매자와 업자들이 몰리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이는 것.
판매자들은 손실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시세를 기준으로 최대한 높은 가격을 부른다. 구매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고 애쓴다. 그사이에 벌어지는 눈치 싸움도 상당하다.
다소 비싼 가격에 매물을 올린 판매자의 글에는 일부 구매자들이 단순 에누리를 넘은 조롱 조, 비방 조의 댓글을 달며 훼방을 놓기도 한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기 원하는 기존 사용자의 초조함을 노린 신경전으로, 심하면 말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중고 장터 및 판매 사이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어디든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대다수 중고 장터 및 사이트의 운영자나 관리자는 사기 우려가 있거나 일부 심각한 분쟁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각각의 거래 과정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 거래를 원하는 이들 간에 보이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신경전과 비방전으로 인한 흙탕물 싸움도 적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좀 더 추이를 지켜보고 중고 판매를 고려할 것을 조언한다.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 외에 주요 하드웨어 리뷰 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지에 지포스 30시리즈의 실제 성능 테스트 자료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 정확한 판매 가격도 정식 출시 예정인 17일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성능 및 가격 공시 이후 자신이 보유한 지포스 20시리즈 제품의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을 우려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고, 이들이 중고 장터로 내몰리는 만큼 중고 시장의 혼탁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