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최저 보장 연봉 2000만원→6000만원
구단은 리그 수익 배분 받아

e스포츠 업계가 시장 확대에 다시 박차를 가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스포츠 운영사가 프렌차이즈를 도입하고, 선수 연봉을 높이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저변을 넓히기 위해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 가족 단위로 참가 자격을 확대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e스포츠는 비디오게임으로 진행하는 대회·리그다. 처음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 일부만 향유하는 문화 취급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위상이 180도 달라졌다. 종류와 대상을 함께 넓혀 게임 이용자는 물론 원래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까지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8년 1억6700만명이던 e스포츠 월 평균 시청자수가 2022년에는 2억76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NFL)의 2018년 월 평균 시청자 수 2억7000만명보다 많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도 2020년 e스포츠 시장 총 수익 규모가 전년 대비 15.7% 증가한 11억달러(1조3600억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라렌, BMW, 삼성전자 등 e스포츠 대회·구단을 후원하는 기업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2019년 11월 개최된 e스포츠 대회 ‘2019 kt 5G 멀티뷰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결승전 현장의 모습 / 오시영 기자
2019년 11월 개최된 e스포츠 대회 ‘2019 kt 5G 멀티뷰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결승전 현장의 모습 / 오시영 기자
e스포츠의 위상이 달라지자, 그에 걸맞게 e스포츠 산업도 꾸준히 변한다. 업계는 프로게이머, e스포츠 선수와 리그의 벌이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깨려 리그 안정성, 선수 수익을 대폭 강화한다. 전통 스포츠에서 유망주를 육성하듯, 일반인·아마추어 선수 대상 대회를 다수 개최해 풀뿌리 e스포츠도 육성한다.

라이엇게임즈, 2021년부터 LCK 프랜차이즈화로 리그 장기 운영 발판 마련

5일 열린 ‘2020 우리은행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에서 담원게이밍이 DRX를 꺾고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리그는 프랜차이즈 모델 도입 전 마지막 시즌이었다.

2020년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10주년이 되는 해다. 라이엇게임즈는 2021년부터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해 리그 장기 운영 발판을 마련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프로리그 LCK는 일 평균 시청자 수가 82만명에 달한다. 이 중 62%가 해외 시청자일 정도로 세계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그다.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에는 2부리그, 승강전을 폐지하고 대신 2군 리그를 신설한다. 각 팀은 2군 선수단을 운영할 의무가 생긴다. 이 덕에 2군 선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팀이 강등되어 해산하는 등 외부 요인을 걱정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2군 정기 대회를 통해 선수의 시장 가치를 외부에 알리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최저 보장 연봉은 기존 2000만원에서 6000만원(1군 선수 기준)으로 3배 늘린다.

‘2020 우리은행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에서 우승을 차지한 담원게이밍 선수단의 모습 / 라이엇게임즈
‘2020 우리은행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에서 우승을 차지한 담원게이밍 선수단의 모습 /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 강등은 매우 큰 위험 요소다. 강등 우려가 사라지면 각 구단은 스폰서십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캐릭터 상품, 콘텐츠 개발 등 부가가치 사업을 더 활발히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라이엇게임즈는 각 팀에 매년 지원하는 지원금 2억5000만원을 없애고 리그 운영 수익 일부를 참여 팀에 분배, 안정적 재무 구조를 갖추도록 돕는다.

라이엇게임즈는 "기존처럼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구단이 내는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서 리그와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팀 수익이 늘면 투자가 늘고, 이것이 리그 전체 수익 확대로 이어져 리그에서도 팀에 더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한 "승강제 폐지로 응원하던 팀이 강등돼 해체하는 일이 줄면, 마치 전통 스포츠처럼 부모 세대가 응원하는 팀을 자녀 세대가 응원하는 리그를 만들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 한국뿐 아니라 세계 단위의 스폰서십을 유치하고 메가 브랜드의 투자를 받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LCK 프랜차이즈 참여팀 2차 심사 결과 우선 협상 대상 기업 10개, 예비 협상 대상 기업 5개를 선정했다. 최종 참여 기업은 10월 중순에 발표한다.

풀뿌리 e스포츠 육성 나서는 한국 기업…넥슨, 아프리카TV
일반인·아마추어 선수 지원은 물론 오픈 리그 개최 돕기도

넥슨은 최근 변화하는 e스포츠 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한국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새 형태의 e스포츠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회를 온라인 환경으로 확장하고,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손쉽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풀뿌리 e스포츠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풀뿌리 e스포츠는 프로리그와는 다른 아마추어·오픈 리그를 말한다. 넥슨은 주요 게임 지식재산권(IP)을 개방해 대학교, 직장, 동호회, 지방 정부 등 각 단체가 e스포츠 대회를 열도록 돕는다. 또한 넥슨이 직접 온라인 환경에서 오픈 리그를 개최해 프로 선수가 아닌 일반 이용자도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e스포츠 진입 장벽을 낮춘다.

외부 단체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대회를 열 때 넥슨에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페이지 / 넥슨
외부 단체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대회를 열 때 넥슨에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페이지 / 넥슨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경우, 외부 단체에서 자체 대회를 열 때 필요한 옵저버 계정, 규정, 홍보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든어택은 게임 내에 온라인 기반 토너먼트 시스템을 8월에 추가했다. 토너먼트는 팀원 5명을 모아 선착순으로 128강 대진표를 만들고, 결승전까지 토너먼트를 치러 우승팀을 가리는 인게임 온라인 대회 콘텐츠다.

피파온라인4 고등학교 대항전 ‘고등피파’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카러플 패밀리 대회’ 등 모든 국민 대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넥슨은 최근, 넥슨 주요 e스포츠 경기나 게임 업계 행사를 진행하던 경기장 넥슨 아레나의 문을 닫았다. 특정 장소에서 벗어나 대회 장소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다.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과 손잡고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연중 소규모 온라인 대회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넥슨 한 관계자는 "게임을 즐기는 많은 이용자가 손쉽게 다양한 대회를 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풀뿌리 대회 활성화로 e스포츠 시장 저변을 넓히고 게임이 일상생활 속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타 스쿨 토너먼트 결승전의 한 장면 / 아프리카TV 이스포츠 유튜브
스타 스쿨 토너먼트 결승전의 한 장면 / 아프리카TV 이스포츠 유튜브
아프리카TV도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해 풀뿌리 e스포츠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 대표적인 대회가 8월에 진행한 아마추어 학생리그인 스타 스쿨 토너먼트다. 이 대회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만 12세 이상 학생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회다. 학생 때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이는 ‘전태양’, ‘이영호’ 같은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 참여해 실력을 겨룬다.

같은 달에는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의 하부 리그인 2020 아프리카TV 챌린저스 스타리그(ACS) 시즌2도 진행했다. 이 대회는 우승자에게 ASL 예선 결승 직행권을 제공하는 덕에 프로를 진행하는 아마추어 선수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TV는 "e스포츠 생태계를 확장하고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풀뿌리 e스포츠 대회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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