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다르다는 구글, 게임 업계 "결국 독점"

입력 2020.09.09 06:00

에픽게임즈의 모바일 플랫폼 수수료 반독점 소송에 휘말린 구
글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는 앱 공급 방식이 다르다’고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구글이 명목상으로만 앱 설치 방식의 자유를 제공하고, 사실상 독점 지위를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에픽게임즈 반독점법 송사 휘말린 애플과 구글, 구글은 ‘애플과 다르다’며 선 긋기

에픽게임즈는 최근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애플은 포트나이트의 앱스토어용 개발자 계정을 차단하고 성명을 여러차례 발표하는 등 에픽게임즈에 적극 대응했다. 반면, 구글은 움직이지 않았다.

구글 플레이 로고 / 구글 플레이, 편집=오시영 기자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은 최근 에픽게임즈와 애플간 소송, 에픽게임즈와 구글간 소송을 병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에 구글은 7일(현지시각)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 ‘우린 애플과 다르다’며 애플·에픽게임즈 분쟁과 선을 그었다.

구글은 앱 배포 방식이 애플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자사 기기에 앱을 유통하는 방법을 앱스토어 하나로 한정한다. 반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이용자가 여러 앱스토어를 설치할 수 있고, 안드로이드용 앱 설치파일 ‘APK’파일로 앱을 직접 다운로드(사이드로드)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구글, 애플은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취하고는 있으나 서로 경쟁할 수도 있다"며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휘두른다는 논란에 휩싸였을 때 구글은 자사 플랫폼의 개방성을 강조해 독점 논란을 피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송 당사자 에픽게임즈 4월 입장 "구글이 스토어 비입점 개발사에 불이익 준다"
위정현 학회장 "플랫폼이라는 성 밖으로 이용자를 나가지 못하게 하는 식"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구글도 독점적 지위를 휘두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픽게임즈는 구글 플레이 밖에서 게임을 제공한 적이 있다. 대표작 포트나이트를 약 2년간 구글 플레이에 올리지 않고 ‘사이드로드’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게임을 다운로드하려는 이용자는 포트나이트 홈페이지에서 APK파일을 내려받아야 했다.

하지만 4월, 에픽게임즈는 돌연 구글 플레이에 포트나이트를 입점시켰다. 그러면서도 구글이 횡포를 부린다는 주장은 꺾지 않았다. 회사는 당시 발표한 성명문에서 "18개월 동안 구글 플레이에 입점하지 않고 게임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비입점 개발사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느꼈다"고 밝혔다.

구글 플레이에 입점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매출의 30%를 구글에 지불해야 한다. 이미지는 개발업체와 구글이 나눠 갖는 수수료를 안내하는 컷 / 각 사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에픽게임즈는 나아가 구글이 자사 스토어 비입점 기업에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플레이 이외의 수단으로 앱을 다운로드·업데이트할 때 반복해 보안 경고 팝업을 노출하거나, 해당 앱이 악성 프로그램이라고 묘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보안 프로그램 구글 플레이 프로텍트가 외부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 주장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위 학회장은 "에픽게임즈가 제공하는 앱은 안전성을 보장할만하다. 그럼에도, 구글은 자사 스토어 외부에서 APK로 앱을 설치하는 경우 일괄적으로 보안 경고를 띄운다"며 "이는 마치 성을 만들어놓고 ‘성 밖에는 야만인이 있을 수 있다’며 경고하는 식이다. 이 경고가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탓에, 이를 무시하고 앱을 설치할 이용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서 ‘구글이 피처드 제도로 독점적 지위 휘두른다’는 목소리 나와

구글이 피처드(마켓 첫 페이지 추천) 방식으로도 게임 업계에서 독점 지위를 휘두른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도 구글 피처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일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구글은 앱이 구글 플레이와 한국 앱 마켓에 동시에 입점 시 구글 피처드를 제한, 개발사에 암묵적인 제재를 가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준호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50위 안에 든 게임 중 한국 앱 마켓에 입점한 게임은 단 3개뿐(2020년 7월)이다.

구글 플레이 인기 상위 게임 50개의 원스토어 입점 여부 표 / 한준호 의원실
한 의원은 "구글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내세워 킬러콘텐츠를 독점하고 결제 수수료 30%를 강제로 부과한다"며 "구글 등 해외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가 개발사가 한국 앱 마켓으로 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빼앗는 ‘입도선매(立稻先賣, 아직 자라고 있는 벼를 베어 판다)’식 불공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제기한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으며, 과기부와 협의해 종합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스타트업 업계 중심으로 집단행동 조짐 보여
게임업계 "구글이 독점 아니면 누가 독점인가"

구글 플레이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게임을 벗어나 업계 전반으로 번진다. 구글은 게임 외에도 음원, 웹툰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 구매에 대해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 30%를 부과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업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구글 조치는 앱 개발사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며,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앱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다"며 "수수료까지 부담해야한다면 영세한 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신고 대리인인 정종채 변호사는 "구글은 다양한 앱 유통 경로가 있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구글이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독점 사업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소비자 상식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독점이 아니면 누가 독점이겠나. 구글은 실제로 독점적 지위를 휘두른다"라며 "과거 다운로드 횟수 1000만회를 넘겼던 국산 게임이 있었는데, 구글 우회하는 결제 수단(문화상품권 결제,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을 넣은게 알려지자 구글이 게임을 상점에서 불시에 내리는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30% 수수료가 다소 과하다는 점에 동의하는 개발사도 적지 않다"며 "과거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기에 ‘for 카카오’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수수료가 21%에 달했던 적이 있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플랫폼 수수료도 시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맞춰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모바일 플랫폼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를 30%로 맞추는 암묵적 담합 형태를 띈다"며 "매출의 30%는 매우 큰 금액이므로 에픽게임즈를 시작으로 이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도 이번 계기에 필요하다면 국정감사를 통해 이슈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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