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테슬라'도 배터리 게임체인저 등극은 '시기상조'

입력 2020.09.09 06:00

‘테슬라가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기상조’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테슬라가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배터리 시장의 메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전략과 계획을 직접 밝힌다. 테슬라는 전기차 양산을 선도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자리를 꿰찼다.

8일 IT조선이 업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테슬라는 단기간의 연구개발로 배터리 분야에서의 기술 차이를 단번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미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은 초격차 전략으로 테슬라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테슬라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전경/ 테슬라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각) 배터리 자체 생산 청사진인 ‘로드러너 프로젝트(Roadrunner Project)’와 함께 획기적 배터리 성능 향상 기술을 공개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체의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배터리 회사들은 테슬라의 시도에 대해 ‘가소롭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테슬라가 그동안 배터리를 양산한 경험이 없고, 설령 제품을 양산하더라도 기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만한 품질의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고 본다. 원가 역시 배터리 업계와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1991년 최초 개발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기차용으로 널리 상용화 되는데 3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테슬라가 발표할 배터리 계획이 당장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수준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에서 2019년 인수한 미국 배터리 업체 맥스웰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은 늘고, 폭발 위험은 줄어들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하지만 테슬라와 맥스웰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경제성을 갖춘 양산 단계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테슬라 2020년 연례 주주총회 및 배터리 데이 안내 홈페이지 화면/ 테슬라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술이 발표될 것이란 추측도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를 알리는 홈페이지 배경에 나노와이어 구조와 비슷한 모양의 패턴이 그려진 그림을 내걸어서다.

실리콘은 충전할 때 팽창해 파손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어 그동안 배터리에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실리콘이 리튬을 흡수하며 팽창할 때 부서지지 않게 만들 수 있다. 2009년 설립해 이 기술 특허를 보유한 앰프리우스는 나노와이어 기술로 부서지지 않는 100%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본사를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부근으로 이전해 관심을 받았다.

테슬라가 CATL과 함께 개발 중인 100만마일(160만㎞) 배터리도 공개 후보다. 이 배터리는 기존 제품보다 수명이 5배 정도 길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가 배터리를 100% 내재화 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오히려 배터리 데이를 계기로 기존 배터리 공급사와 다방면 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여전히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인 배터리 산업에서 전고체 배터리, 리튬 황 배터리 등 어떤 제품이 어느 시점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을지 확실하지 않은데, 테슬라가 배터리를 100% 내재화하는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과거 테슬라의 혁신은 항상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호재로 작용했다"며 "테슬라가 독자 생산하기 보다는 양산 경험이 있는 기존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LG화학 중국 난징 공장(위)과 삼성SDI 중국 시안 공장 전경/ 각사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1~7월 누적 기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3.4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공급했다. 2019년 같은 기간(6.8GWh) 대비 97.4% 늘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10.6%에서 25.1%로 두배 이상 성장했다.

삼성SDI는 2019년 같은 기간 점유율이 3.5%(2.2GWh)에서 2020년 6.4%(3.4GWh)로 오르면서 4위를, SK이노베이션도 1.8%(1.2GWh)에서 4.1%(2.2GWh)로 뛰어 6위를 각각 차지했다. K배터리의 이같은 성과는 단기적 노력에 의해 이룬 것이 아니다.

‘넥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는 진입장벽이 낮아 자본력만 있으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장비만 있으면 반도체를 만들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완성차나 신규 배터리 업체가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더라도 안전성, 성능, 주행거리 등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서 보듯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사업은 당장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며 "오랜기간 R&D 투자와 사업 노하우를 쌓아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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