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부품 시장이 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30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현존하는 그래픽카드를 웃도는 성능에 예상보다 착한 가격으로 PC 교체 및 업그레이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PC용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크다. 지포스 30시리즈가 역대급 성능만큼 그에 걸맞은 크기와 높은 소비전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장착할 수 있는 대형 케이스와 고출력 파워서플라이 수요도 덩달아 오를 조짐이다.
엔비디아가 2일, 온라인 행사를 통해 발표한 지포스 30시리즈는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기존 지포스 20시리즈와 비교해 최대 2배에 달하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동급 제품 기준 전작과 같은 가격대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아직 정식 판매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하드웨어 커뮤니티에는 지포스 RTX 3080의 출시일인 17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보다 상위 제품인 지포스 RX 3090도 24일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지포스 RTX 3090은 레퍼런스 격 제품인 ‘파운더스 에디션(FE)’ 제품의 크기가 역대 최대 사이즈로 나왔다. 향상된 성능과 기능만큼 늘어난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냉각 솔루션을 채택하면서 덩치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포스 RTX 3090 FE 제품의 냉각 솔루션은 방열판과 GPU가 직접 맞닿는 부위는 냉각팬으로 불어넣은 공기가 바로 PC 본체 뒤쪽으로 배출하고, 히트파이프로 연결된 그래픽카드 끝부분의 방열판을 통과한 공기는 카드 뒷면에 붙은 배출용 팬이 케이스 내부 위쪽으로 배출하는 구조다. 그만큼 PC 내부에 공기가 충분히 흐를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PC 내부 공기 흐름을 가속하는 케이스 자체의 충분한 냉각 솔루션이 필수다.
이쯤 되면 일반 미들 타워 규격 케이스 중에서도 내부 공간이 충분치 않은 제품들은 지포스 RTX 3090 장착이 쉽지 앞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기 PC 케이스를 판매하는 게시판에는 해당 제품이 지포스 RTX 3090을 장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 글이 부쩍 늘었다. 아직 엠바고로 제품 실물 관련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케이스 호환성에 대해 확실하게 답하는 브랜드는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포스 RTX 3080과 그 이하급 제품들을 구매하는 경우, 일부 비 레퍼런스 제품을 제외하면 이전 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와 비슷한 크기로 나올 예정이어서 케이스 선택 및
교체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최소 700W급 이상 파워서플라이 ‘대세’ 되나
케이스 교체 못지않게 정격 출력 700와트(W)급 이상 고출력 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증가할 전망이다. 지포스 RTX 30시즈의 상위 모델인 3090, 3080급 제품들이 최대 부하에서 300W가 넘는 소비전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외형이 공개된 3080, 3090의 비 레퍼런스 제품들을 보면, 추가 전원 공급을 위한 PCIe 외부 전원 단자를 대부분 3개씩 갖추고 있다. 그래픽카드용 PCIe 외부 전원 단자가 하나당 최대 150W(8핀 기준)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데, 이를 3개씩이나 탑재한 것은 그만큼 요구 전력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PC 전체가 요구하는 전력에 비해 파워서플라이의 공급 전력이 부족해도 당장 심각한 고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비전력이 부족할수록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소비전력이 높은 부품들이 전력 제한으로 제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때에 따라 게임이나 작업 중에 PC가 멈추거나 블루스크린 등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전까지는 평균적인 사양의 PC인 경우 확장성을 고려해 정격 500W 내외, 좀 고사양·고성능의 PC도 정격 600W급 파워서플라이를 권장했다. 하지만 대세로 떠오른 멀티코어 CPU와 더불어, 지포스 30시리즈를 시작으로 그래픽카드의 소비전력 또한 급증한 만큼, PC용 파워서플라이의 평균 용량도 700W급으로 대폭 오를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