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4사에 과징금 8.7억 부과
5년 만에 조사하고 최근 3년간 동일 처분 없다며 과징금 감경

방송통신위원회가 결합상품 허위·과장광고를 한 통신4사(이통3사, SK브로드밴드)에 과징금 8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2015년 이후 방통위의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정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9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 방통위
9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 방통위
방통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통신 결합상품 서비스 허위·과장 광고 관련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통신 4사가 방송통신 결합상품 서비스에 대해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고, 사업자간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등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총 8억7000만원(KT 2억6400만원, LG유플러스 2억7900만원, SK브로드밴드 2억5100만원, SK텔레콤 7600만원)의 과징금 부과했다. 사업자별 위반율은 KT 28.7%, SK브로드밴드 27.3%, LG유플러스 26.0%, SKT 8.3% 순이다.

위반 유형별로는 ‘인터넷+TV 가입시 55인치 TV제공’, ‘총 106만원 할인’ 등 중요 혜택만 표시하고 이용 조건은 표시하지 않는 등 이용자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누락하거나 축소해 표시하는 기만광고가 39.4%로 가장 많았다.

방통위는 2015년 이후 5년 만에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방통위는 2015년 5월 내린 허위 과장 기만 광고 제재 조치에도 여전히 위법 행위가 지속되자, 12월 2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한 바 있다. 이후 ‘무료', ‘공짜'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방송통신 허위·과장광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영업 현장에서는 과장 광고를 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방통위가 5년 동안 별도의 사실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과, 과징금 규모가 과다경품 제공 사안에 비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결합상품 과다경품 제공에 107억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결합판매 허위과장광고 행위 매출액 사이 합리적 관련성 인정이 어려워 정액과징금을 부과했다. 감경 여파로 실질적으로 부과한 과징금은 각 사마다 2억원대에 그친다. 방통위는 동일한 위반행위 최근 3년내 과징금 처분이 없어 100분의10을 감경했다. 또 2019년 이용자보호업무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점과 2016년부터 방송통신결합상품 허위과장광고방지협의회 운영한 점으로 추가 감경을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사무처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3년 동안 동일 사안 처분이 없어 감경을 했는데, 이는 5년 동안 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며 "만약 중간에 조사를 했다며 감경이 아닌 가중이 됐을 것이므로, 향후 이용자 중심 규제정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형환 상임위원도 "국민들이 광고물에 의존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데 유감이다"며 "특히 온라인 판매점 위반율이 높은 것에 대해 사무처 적절한 조치와 주기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2015년 이후 개선됐지만 정기적인 조사나 계획에 의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위원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4사는 이번 과징금 제재에 앞서 일부 유통점의 일탈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보조금 제재 때와 비슷한 해명이다. 불법보조금 관련 과징금 처분 역시 이통사들의 항변으로 감경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결합상품 경품 관련 3차례, 해지제한 관련 2차례 제재를 했다"며 "허위·과장광고는 매장 입간판 등의 사진을 일일이 찍으며 채증하는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더 소요되는 부분도 있어, 자율협의체를 구성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니터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위반율이 90%였다면 2020년은 27~28%수준으로 많이 정화된 상태다"며 "상임위 의견에 따라 향후 정기적인 불시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보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보조금은 이용자 차별이고, 허위·과장광고는 이용자의 선택권 자체를 현혹하는 문제므로 전혀 사안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