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시가총액 1조원’(8월 28일 기준) 돌파한 기업이 탄생했다. 클라우드 재택·원격근무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알서포트’다.

알서포트의 시총 1조원 돌파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함을 남긴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배경이 있어야 소프트웨어 업계에 시총 1조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알서포트 2분기 매출 180억원 중 120억원 가량은 수출 실적이다. 국내 시장만을 기반으로 삼았다면 시총 1조원 돌파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가치는 낮게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는 원격제어 소프트웨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클라우드, 자율주행, 원격의료와 같은 4차 산업 핵심 기술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올바르게 작동하고 제어된다.

우리 사회는 무형의 자산인 소프트웨어 가치를 평가할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잘못된 관행을 묵인해왔다. 발주 기업이 후려친 단가에 소프트웨어 제공과 유지·보수를 모두 끼워 맞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지속해서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구조를 형성했다. 불합리한 행위를 신고하면 더는 계약을 따내지 못하도록 막았다. 업계에서 시총 1조 기업이 나올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불합리한 관행을 막고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은 주목할 만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프트웨어 제품의 기술적 가치와 이를 개발·판매하는 기업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 규칙안도 만들어 발표했다.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막고자 소프트웨어 계약서 내용을 사업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하고, 발주자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면 신고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마련했다.

정부의 몇몇 제도로 업계에 뿌리 깊이 박힌 불합리한 관행이 모두 타파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무형의 자산인 소프트웨어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더욱 많이 마련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프트웨어는 한번 납품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유지·보수하고 발전해 나가는 개념으로 인식돼야 한다. 4차산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AI를 아무리 강조하고 발전시켜도 소프트웨어 없이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더 많은 시가총액 1조 기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