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붐이 분다. 신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그 중심에는 핀테크가 있다. 다만 핀테크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게 사실이다.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성장을 가속하고 관련 산업이 퀀텀점프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금융계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업계, 스타트업 업계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무한경쟁에 뛰어든 배경이다. 여기에 서울시도 나섰다. 핀테크 산업과 제2벤처붐을 부흥하기 위해 핀테크랩을 여의도에 개소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IT조선은 [서울핀테크랩] 기획 시리즈를 통해 한국 핀테크 산업을 진단하고 서울이 아시아 허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서울핀테크랩 입주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핀테크는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이미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세계 투자자들이 핀테크 산업에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다.

시장이 커가는 만큼 기술도 발전한다. 핀테크는 금융 분야 외에도 빅데이터, 소프트웨어(SW), 보안 등과 결합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기술도 속속 등장했다. 암호화폐 불법거래 추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보이스피싱 예방 등에 핀테크 기술이 쓰인다.

IT조선은 서울핀테크랩에서 팀블랙버드, 지속가능발전소, 데이터유니버스를 각각 만나 사회 문제를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주기영 팀블랙버드 대표,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강원석 데이터유니버스 대표
(왼쪽부터)주기영 팀블랙버드 대표,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강원석 데이터유니버스 대표
"N번방 공범, 암호화폐 거래 내역으로 잡는다"

팀블랙버드(크립토퀀트)는 N번방 사건 당시 ‘박사’ 조주빈의 암호화폐 계좌 자금 흐름을 역추적했다. 분석 결과 30억원이 넘는 자금이 오갔다는 사실이 밝혀냈다. 송금자들이 어떤 거래소를 사용했는지도 파악했다. 경찰은 이 정보를 토대로 사건 가담자 검거에 나섰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불법 자금 세탁, 유사 수신 사기, 암시장 결제 등 유형도 다양하다. 팀블랙버드는 이같은 범죄를 막고자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이상 거래 탐지 솔루션을 개발했다. 블록체인 상의 거래 패턴을 분석하고 계좌 위험 등급을 평가한다.

팀블랙버드는 음지에 있는 암호화폐를 양지로 끌어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주기영 팀블랙버드 대표는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세계 단일 통화를 만들겠다는 비트코인 창시자의 철학에 공감해 창업하게 됐다.
주 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이 불법과 투기로 둘러싸여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블록체인이 글로벌 단일 통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언젠가 비트코인으로 스타벅스 결제를 하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내년 3월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발맞춰 암호화폐 거래소 및 금융권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준비 중인 국내 주요 은행과 협의 중이다.

팀블랙버드는 이 외에도 외환 트레이더, 기관금융사,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투자용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자들의 자금 흐름을 분석해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예측하고 분석한다. 세계 60개국에서 사용되며 미국에 지사를 설립해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주기영 대표는 "스위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등 서울핀테크랩에서 연계해 준 해외 블록체인 행사나 암호화폐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또 핀테크랩 입주 기업들과 협업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기업이 변해야 사회도 바뀐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착한 기업’을 발굴한다. 판단 기준은 ESG(환경, 사회 책임, 지배 구조)로 구성된 비재무정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지배구조의 건전성, 비정규직 고용 현황, 사회공헌활동 등 다양한 지표를 분석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재무정보만으로는 좋은 기업을 선별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기업 대표의 갑질 사건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듯이 비재무 리스크는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됐다는 설명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선 이미 ESG 정보를 투자, 신용등급, 대출 심사 기준 등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 고객은 투자자와 금융권 등이다. 2016년부터는 네이버 증권 서비스에 ESG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현재까지 약 370만명이 이용했다. 누구나 비재무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ESG 평가를 국내 은행 대출 심사에도 적용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윤 대표는 "주로 정부가 기업에서 수집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을 하는데 기업별 평가가 공개되니 관련 기관에 데이터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이처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을 개선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아시아 기업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적용한 ESG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 정량화하기 어려운 ESG를 빠르게 수치화할 뿐 아니라 주관적인 시각을 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검토 중이다.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려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ESG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해외 진출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다"며 "서울핀테크랩의 지원을 발판 삼아 아시아 최고 ESG분석전문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에 경고"

핀테크 기술을 보이스피싱 및 사기 피해 예방에 사용하는 기업도 있다. 스마트 피싱 보호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터유니버스가 그 주인공이다. 데이터유니버스는 빅데이터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사기 유형 분석 시스템을 구축, 서비스를 개발했다.

스마트 피싱 보호 앱을 설치하면 최신 사기 수법을 공유하고 악성 앱을 감지한다. 또 사기 의심 전화가 걸려오면 경고를 보내고 연동된 가족 전화번호에도 알림을 보낸다. 아울러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신종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메신저에서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는 특허 기술도 출원했다. 11월에는 문자 피싱 관련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원석 데이터유니버스 대표는 "최근 비대면 사회로 이동하면서 사기 유형도 다양해진다"며 "사기는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기 때문에 미리 유형을 알고 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연구에 집중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스캠(신용 사기)은 범행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진다. 피해액도 2017년 약 2400억원, 2018년 약 4000억원, 2019년 약 6400억원 규모로 꾸준히 증가한다.

데이터유니버스는 이외에도 오토콜 서비스와 휴대폰 분실 대응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오토콜 서비스는 대표번호를 통해 자동차 주인과 발신자를 연결해준다. 차량에 남긴 개인 전화번호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다. 서비스 출시와 더불어 본격적인 마케팅에도 나설 계획이다.

강원석 대표는 "서울핀테크랩에서 온라인마케팅 교육, IR 지원 등을 받으며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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