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지상파에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는 시대적 흐름"

입력 2020.09.11 06:00

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 간 대규모 M&A 활발
유료방송 업계,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에 공감
지상파는 반대 성명 발표
지상파가 시대적 흐름 거스른다는 지적도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일환으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의 완전 폐지를 추진 중인데, 지상파 방송사는 이에 거세게 반발한다. 지상파 측은 유료방송 기업의 시장점유율 제한을 없애면 IPTV를 기반으로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소유한 이통3사의 지배력 커지고, 이는 플랫폼의 다양성을 저해함과 동시에 특정 방송사업자의 미디어 생태계 장악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반발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몽니’(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료방송 업계의 M&A는 이미 활발히 이뤄지는 중인데, 지상파가 억지로 시대적 흐름을 막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상파3사 로고 / 각 사
11일 방송업계 관계자는 "방송법에는 여론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방송사는 그대로 둔 채 유료방송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만 없애 버리는 것은 형평에 있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협회는 9일 ‘과기부는 미디어 산업의 재벌 독과점을 용인하는 오판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한 유료방송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막던 시장점유율 규제의 폐지를 반대했다.

한국방송협회 측은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방송의 다양성과 공익성을 구현함으로써 시청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며 "하지만 과기부의 시도는 방송법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또 "유료방송 사업자의 독과점 체계가 아무런 제재 없이 전면 허용될 경우, 플랫폼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콘텐츠 사업자로 전이돼 결과적으로 방송시장 내 공정거래를 저해할 것이다"며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료방송 독과점 체제를 허용하자는 것은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송협회는 과기정통부에 아직 별도의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지상파 내부 의견이 엇갈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SK텔레콤·티브로드,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KT스카이라이프·현대HCN 등 대형 사업자간 M&A가 활발히 이뤄졌거나 진행 중이다. 지상파 요구처럼 점유율 규제를 마냥 유지하라는 요구는 시장 흐름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최근 방송협회가 KT의 넷플릭스 제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던 것과 비슷한 행보로 볼 수 있다"며 "수익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상파는 IPTV 견제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려 하는데, 정작 IPTV 업체들은 지상파의 행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폐지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 의견을 낼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점유율 규제 폐지는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는 몇 년 전만 해도 KT스카이라이프의 케이블TV 사업자 인수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M&A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보였다. 유료방송 사업자간 결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 관계자는 "규모의 경쟁 없이 통신재벌 자본과 싸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며 "다만 인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입자 이동이나 지배구조 개입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측에 요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 중이므로, 접수한 의견서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10월 12일까지 방송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