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겜쓸신잡] 바람의나라 연 '환두대도'는 실존 무기?

입력 2020.09.13 06:00

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바람의나라 연에서 ‘전사’ 직업이 사용하는 무기 중 ‘환두대도(環頭大刀)가 있다. 환두대도는 게임 내에서 이른바 ‘깹무기’라고 불린다. 게임에 등장하는 장소 ‘도깨비굴’에서 사냥하다가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이런 애칭이 붙었다. 강력해 인기는 많으나, 도안 아이템을 주는 몬스터가 한정적이어서 게임 내에서 얻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무기 중 하나다.

그런데, 환두대도는 다른 직업 깹무기인 가시철단도, 삼촉현창, 대마령봉과는 달리 실제 있는 무기다.

바람의나라 연에서 환두대도를 착용한 캐릭터의 모습(왼쪽 위), 보물 776호 환두대도(오른쪽 위), 보물 2041호 함안 고리자루 큰 칼(오른쪽 중간), 보물 621호 천마총 환두대도(아래) / 구글 이미지, 문화재청 국가문화포털
환두대도는 칼 손잡이 끝에 고리가 달린 큰 칼을 말한다. ‘고리자루 큰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환두대도는 삼국시대 한국을 비롯한 고대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된 무기 양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환두대도는 한국에서 3세기 후반 이후부터 나타나 삼국시대에 가장 기본적인 무기로 사용됐다. 무기로서의 용도에 더해 칼집, 칼자루, 고리 부분에 금·은·금동 등 금속으로 장식을해 신분이나 위용을 나타내는 의장품의 역할도 했다. 길이는 보통 60㎝~90㎝쯤 된다.

칼 손잡이 끝의 고리는 마치 게임 컨트롤러에 있는 ‘스트랩’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격렬한 활동, 전투 중에 칼을 놓쳐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고리와 손목에 천으로 만든 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환두대도에는 다양한 문양을 새겼는데, 이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국가별로, 사용자의 신분별로 차이를 보였다. 용 머리 형상을 새긴 것은 용환두, 봉황새는 봉환두, 세 잎사귀(인동)는 삼엽환두, 둥근 고리 세 개를 연결시킨 것은 삼루환두 등으로 부른다.

널리 사용했던 무기인 덕에 환두대도는 삼국시대 고분에서 자주 출토된다. 출토 환두대도 중 ▲천마총 환두대도(보물 621호, 국립경주박물관) ▲환두대도(보물 776호 삼성 리움박물관) ▲함안 마갑총 출토 말갑옷 및 고리자루 큰 칼(보물 2041호, 국립김해박물관)3종이 보물로 지정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이 복원한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에 등장하는 고구려 사신의 모습 / 동북아역사재단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에서도 환두대도를 찬 1300년 전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다. 2014년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이 벽화를 복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새 깃털을 꽂은 ‘조우관’을 머리에 쓰고, 허리춤에 환두대도를 찬 모습을 찼다. 이들 고구려 사신의 당당한 모습은 700년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한 축으로 다른 나라에 진출한 고구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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