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상에서 편의를 주는 대표 제품이 가전이다. 세탁기와 TV, 냉장고 등의 가전이 의식주를 돕기에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노후 가전은 관리 소홀에 따른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가전제품의 권장 사용 기간을 확인하고 주기적인 청소를 함으로써 위험을 줄여야 한다.

전자레인지·김치냉장고 등에서 발생하는 가전 화재…‘노후화’가 원인

11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8월까지 1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건은 1340건에 달한다. 화재가 발생한 제품으로는 ▲전자레인지 ▲김치냉장고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TV 등이 있다.

화제가 발생한 빈도는 전기레인지가 367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김치냉장고(338건), 냉장고(210건), 에어컨(210건)순이다. 세탁기(196건)와 건조기(53건), TV(40건) 등도 화재가 발생한 제품들이다.

2018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발생한 가전 관련 화재 순위도 지난 1년간의 화재 발생 건과 유사하다. 화재 발생 상위 가전으로는 ▲전기레인지(367건) ▲김치냉장고(279건) ▲에어컨(225건) ▲냉장고(223건) 등이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가전 제품별 화재 발생 건수를 나타내는 그래프. 해마다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주로 전기레인지와 김치냉장고, 냉장고 등의 가전 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디자인=김평화 기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가전 제품별 화재 발생 건수를 나타내는 그래프. 해마다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주로 전기레인지와 김치냉장고, 냉장고 등의 가전 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디자인=김평화 기자
가전 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로는 ‘노후화’가 꼽힌다. 노후된 가전일수록 전기 부품이나 배선이 노후돼 절연 성능 저하에 따른 합선 발생 가능성이 있다. 회로기판에 쌓인 먼지로 인한 트래킹 현상이나 접촉 불량에 따른 스파크 등도 주요 화재 원인이다.

노후화한 가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택 화재도 적지 않다. 3월 세종시소방본부는 최근 3년간 세종시에서 발생한 184건의 주택 화재에서 32%인 60건이 가전 제품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전시소방본부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대전 지역에서 발생한 가전 제품 화재 87건 중 대다수가 노후 제품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제작 연도가 확인된 화재 41건 중 내용 연수를 넘긴 노후 제품은 39건으로 95%에 달했다.

주기적인 청소와 안전 점검 필수

가전 업계는 노후 가전으로 인한 화재 예방을 위해 제품 관련 권장 사용 기간을 꼭 살펴야 한다고 안내한다. 가전별 권장되는 사용 기간이 다른 만큼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11년부터 ‘가전제품 권장 안전 사용 기간 표시 제도’를 운영한다. 가전 제품별 권장 기간을 명시해 화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냉장고와 식기세척기의 권장 사용기간은 7년이며, 세탁기는 좀 더 짧은 5년이다.

권장 사용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 사용 기간을 넘긴 제품의 경우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받고 청소를 하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용식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품 수명이 절대적이기보다는 유지보수 정도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가전에 낀 먼지를 제거하는 등 청소를 자주 하면 화재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전별 청소 방법을 알아두는 것도 화재를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 필터를 포함한 제품은 주기적으로 필터를 청소해야 한다. 전기레인지는 베이킹소다를 푼 물을 돌려 찌든 때를 불린 뒤 세정액으로 청소한 후 마른 헝겊으로 닦아주면 된다. 냉장고는 소주나 맥주 등의 주류를 활용해 닦아줄 경우 화재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냄새도 제거할 수 있다. 세탁기 청소의 경우 안 쓰는 수건에 베이킹 소다를 넣고 돌리면 된다.

대전시 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등 먼지가 쌓이기 쉬운 제품은 자주 청소하고 최소 1년에 한 번 먼지를 제거해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