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만 좋은 일? 삼성전자·디스플레이 ‘기싸움’ 이유는

입력 2020.09.14 06:00

한지붕 아래 공생했던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묘한 기싸움을 벌인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익성만 바라보는 현실은 더이상 서로에게 우산을 씌워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각사가 생존을 위해 택한 판단이 결국 글로벌 경쟁사에 좋은일만 시켜주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깃발/ 조선일보 DB
11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8월 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소니·샤오미·파나소닉 등에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TV 시제품을 제공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LCD 기반의 QLED TV로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QD-OLED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QLED TV 라인을 2021년에도 지속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에 ‘미니 LED TV’ 추가를 검토 중이다. QD-OLED가 향후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대세가 되길 바라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입장 차이가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QD-OLED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 투자를 선언했다. 중국에 경쟁력이 뒤지는 LCD 사업을 접고, QD-OLED로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추격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QD-OLED 도입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입장이다.

QD-OLED 패널 생산 라인이 계획대로 2021년 가동되면 2022년에는 주요 제조업체들의 QD-OLED TV 출시도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를 활용해 최초로 TV를 출시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아닌 일본 또는 중국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형님’ 삼성전자가 아닌 경쟁사에 차세대 TV를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탑재한 갤럭시노트20·20울트라/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 패널로 쓰이는 중소형 OLED에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가 절감이나 부품 확보처 다변화에 힘쓴다.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가칭)’에 탑재할 OLED 패널 공급사로 중국 BOE를 검토한 적도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는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었지만 품질 이슈를 해결하지 못해 삼성전자로 납품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21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에서 공개한 갤럭시M51에도 중국 차이나스타(CSOT)의 OLED 패널 채택을 검토했다. 하지만 CSOT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최종 단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향후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만족할 만한 품질을 갖춘 패널을 선보일 경우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잡은 손을 과감히 놓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해외 고객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TV용 디스플레이로 시작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감정싸움이 모바일용 디스플레이에서도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BOE는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축소로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애플을 고객사로 만들려고 한다"라며 "갤럭시S 시리즈가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이 투입되는 대표 제품인 만큼 BEO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리를 뺏을 경우 그 상징성은 어마어마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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