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몰려온다”

입력 2020.09.15 06:00

손동경 앨리슨 블록 컨설팅 대표 인터뷰
"기관들, 가상자산 시장 본격 유입 시작"
韓 가상자산 진출 "기관에 이어 개인까지"

가상자산 시장이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열기로 달아오른다. 예치금이 늘면서 가상자산 시장도 전반적으로 반등할 기미다. 국내외 기관 투자자도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투자기법으로 자리잡은 퀀트 투자가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대세로 떠오른다.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알맞은 거래 전략을 취해 대응할 수 있고, 감정에 기반해 투자할 여지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IT조선은 홍콩에서 퀀트 투자로 입지를 다지고 현재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앨리슨 블록 컨설팅(Alison Block Consulting, ABC)’의 손동경 대표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손동경 ABC 대표/ABC 제공
손 대표는 중국 로컬 자산 운용사에 15년간 몸 담았던 전문가다. 그는 2018년 블록체인 시장에 대량의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ABC를 설립했다.

그는 "투자사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없었을 뿐더러 이 같은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가상자산 전문 컨설팅 업체도 없었다"며 "또 기관들의 유연한 시장 진입을 도울 가상자산 전문 투자운용사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관 사이에서 떠오르는 퀀트 투자

ABC는 블록체인뿐 아니라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전통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홍콩 기반 투자운용사다. 중국계 기업 화웨이와 텐센트에서 시니어 개발자를 지낸 인물들과 중국 최초의 주식 출자 상업은행인 초상은행(Merchant Bank), 월스트리트 사모펀드 출신 인물들로 꾸려졌다.

ABC는 특히 퀀트 투자에 주력한다. 퀀트는 수학과 통계, 컴퓨터 알고리즘에 기반해 투자모델을 만들고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투자 방식을 일컫는다. 오로지 감에 의존해 투자해야 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관련 위험성을 없애고 가상자산 데이터와 수치 분석 등을 통해 투자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적용해 수익화를 꾀하는 식이다.

손 대표는 "기존 퀀트 투자팀은 시장 트렌드를 살피면서 1~2가지 전략으로 운용한다"며 "반면 ABC는 자체 개발한 36가지 이상의 알고리즘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통 금융 상품과 주가지수 선물에 활용되는 전략을 가상자산 영역에 그대로 응용했다"며 "그 결과 ABC는 여러 알고리즘을 통해 급격하게 바뀌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면서 현재까지 총 수익률 75%, 연간(2019년) 수익률 45% 등의 기록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7월 말까지 ABC 수익 그래프. / ABC 제공
ABC가 36가지에 달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한 이유는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기존 주식 시장과 달리 특별한 이유 없이도 가격 변동이 심하다.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셈이다.

손 대표는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특정 이슈에 의해서만 가격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오더북(가상자산 매수·매도 주문 장부)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 세계 거래 데이터 흐름을 파악하는 식으로 투자 모델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ABC가 보유한 기관 고객은 일본과 싱가포르, 중국, 홍콩, 미국, 한국을 포함해 20개사 내외다. 대부분 전통 대기업과 사모펀드로 구성됐다. 또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가상자산 재단도 포함됐다.

손 대표는 "세계 투자 기관이 주관하는 투자 알고리즘 개발 대회에 나가 여러 번 우승했다"며 "알고리즘을 여러 개 만들어 리스크를 분담하는 식으로 전략을 꾸린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기관들이 많았고 이들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를 시장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변동성이 잦았던 2018년만 해도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인식은 좋지 못했다"며 "하지만 매년 시장이 성숙하면서 변동성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성장세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리스크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기를 대략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韓 진출 시동 "기관 먼저 다지고 개인 고객 노린다"

ABC는 조만간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최근들어 한국 기관 투자자로부터 문의가 늘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퀀트 투자 수요는 넘치지만, 관련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며 "ABC는 한국에서 퀀트 투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투자자 사이에 만연한 ‘리스크는 지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가상자산이 하루에도 수 백%씩 오르고 내리다보니 일부 기관 투자자는 1년에 20~30%의 수익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리스크가 0%이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가상자산 시장에 거품을 만든 원인으로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ABC는 한국 지사를 정식 설립하기에 앞서 글로벌 5대 거래소와 손 잡고 국내 개인 투자자도 투자 가능한 퀀트 펀드 상품을 우선 선보인다는 목표다. 시기는 9월 말로 예정돼 있다. 거래소는 증권사 역할, ABC는 운용사 역할을 해 투자자 리스크 관용성과 기대 수익률을 바탕으로 투자 계획을 설계하는 등 전문 투자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 지사는 내년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세운다는 목표다.

손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은 무시하기에는 가치가 이미 커졌다"며 "기관들이 보다 안전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만 시장이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통 기관들에 가상자산 투자도 기존 자산운용과 같은 방식으로 안전하게 운용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며 "고수익, 고위험 자산이라는 인식을 깨고 안정적으로 수익화 구조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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