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부품을 새로 사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은 이날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

8월 발표된 미 상무부의 공고에 따라 세계 반도체 업체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미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미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

삼성전자(위)와 SK하이닉스 로고 모습/ IT조선 DB
삼성전자(위)와 SK하이닉스 로고 모습/ IT조선 DB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부터 통신용 모뎀칩,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까지 화웨이의 주요 제품에는 꼭 반도체 부품이 탑재된다. 이에 화웨이는 이동통신 기지국,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사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

15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1∼7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중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41.1%에 달한다. 같은 기간 반도체 총수출액 547억4000만달러(64조6500억원) 가운데 224억8900만달러가 중국으로 향했다.

홍콩으로도 113억7500만달러가 수출돼 수출 비중 20.8%를 차지했다. 홍콩 수출 물량 가운데 상당 물량이 중국 본토로 재수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향 수출 물량이 60%가 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화웨이 비중은 각각 3%, 11%를 차지한다. 반도체 기술이 쓰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패널도 당장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화웨이와 거래가 끊겨도 미리 공급한 물량 덕에 매출이 일시 증가하는 효과를 보이고, 향후에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 할 수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화웨이는 미 정부의 제재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최대한 비축한 재고로 버틸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를 대체할 중국 제조사가 반도체 주문량을 늘리면 이를 받아올 수 있다"며 "샤오미의 경우 이미 매출 규모에서 SK하이닉스의 네 번째 고객이기도해 추가 주문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