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음식 취식금지 조항 오락가락에 PC방 업주 '분통'

입력 2020.09.15 13:33

PC방 영업 재개, ‘음식 금지’ 명확한 조항 없어 업계 혼란
수도권 지자체, 점주 항의 받고서야 ‘물 음료 판매 허용’ 뒤늦게 안내
업계 "자영업자 생존권 달린 문제인데 주먹구구 운영"
서울시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정책을 구체화 하는 과정"

정부가 14일부터 수도권 지역 PC방 영업을 허용했다. 단, ‘음식(飮食) 취식 금지’ 조건을 걸었다. 이 조건 때문에 PC방 업계는 급작스러운 영업 금지 조치에 이어 또 한번 혼란에 빠졌다. 음식에 물과 음료가 포함되는지를 포함한 세부 조항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아서다.

PC방 업주의 항의가 빗발치자, 지자체는 14일 오후부터 문자로 ‘물·음료를 판매하고 마실 수 있다’고 안내했다. PC방 업계는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사항을 다루면서 조항을 명확하게 안내하지 못하고 중구난방 대처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업 재개 이후 서울시 한 PC방의 모습 / PC방 점주 제공
‘음식 취식 금지’에서 음식 범위 두고 PC방 업주 대혼란, 규정은 ‘애매모호’

14일부터 영업을 다시 시작한 수도권 PC방 업주들은 물·음료 취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러 업주는 PC방 영업 재개 직후 구청 등 지자체로부터 ‘매장 내 취식을 금지했으므로 정수기를 이용해서도 안된다’ 혹은 ‘직원·점주도 매장 내에서 식사해서는 안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많은 PC방 업주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지자체에 항의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각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음료·물은 팔거나 마실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안내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답변 내용을 중구난방으로 안내해 PC방 업주를 오히려 더 혼란하게 했다. PC방 업주들은 대책 논의 채팅방에서 지자체별 안내 여부를 공유했다.

음료와 물을 판매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어도 PC방 점주는 거듭 확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장 점검을 통해 PC방 업주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즉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한다. 게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고발조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지만, 정작 정부의 안내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혼란을 가중한 것.

서울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영업 재개 당일 구청에 물었더니 음식물 금지 규정에 물과 음료가 포함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래서 다른 구에서는 물과 음료를 판매해도 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더니 안내가 잘못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더니 오후 5시경 뒤늦게 문자로 물과 음료를 판매할 수 있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소통방식이 너무 주먹구구식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초등학생 학급 운영 방식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영업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다루면서도 너무 즉흥적이고 깊은 생각 없이 운영한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서울시 "정책 구체화 과정에서 혼란"에 업계 "생존권 달린 문제, 목소리 들어라"

서울시는 위 점주의 주장에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 인천시 미추홀구 등 다른 수도권 지자체도 비슷하게 답변했다.

서울시 경제정책과는 "처음에는 지침이 ‘시설 내 음식 판매·취식 금지’라는 간단한 한 줄로 내려와서 PC방 업계로부터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이에 정부에 문의한 결과 물이나 음료는 판매해도 된다는 구두 답변을 받아 이를 안내하는 중이다. 아직 정식으로 문서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수도권 PC방 영업을 처음 금지하던 지난 8월 18일, 이미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영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며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영업 중단 적용 시간을 8월 18일 오전 0시로 안내했다가 돌연 오후 6시까지 영업해도 된다고 뒤늦게 문자를 발송했다.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나, 영업 중단 조치를 듣고 울상짓던 PC방 업주를 ‘두 번 죽인’ 셈이 됐다.

김병수 한국PC문화협회장은 "시·군·구 지자체에 무슨 힘이 있겠나. 전부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며 "음료 판매·취식 허용과 관련해서도 지자체마다 말이 달라 업계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기 전에 업계와 의논을 해야 하거나 결정 이후 협회에 전달하는 등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협회와도 소통이 전혀 없다"며 "중대본,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어떤 단체든 책임자가 나와 업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은 죄다 결정권한이 없는 사람만 드러나 있는 탓에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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