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5G칩 전량 수주한 삼성, ‘엑시노스’ 공생 방안 찾을까

입력 2020.09.16 06:00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최근 퀄컴의 5G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75(가칭)’ 전량 수주 계약을 따냈다. 스냅드래곤875는 삼성전자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가칭) 탑재가 유력한 부품이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한다. 각 앱 구동이나 그래픽 처리 등 데이터를 연산·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에 탑재된 스냅드래곤865 칩셋 모습 / 퀄컴
삼성전자는 스냅드래곤 위탁생산 수주와 별개로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생산 중인 AP ‘엑시노스’의 성능 개선을 통해 퀄컴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병행한다. 공은 AP를 구매하는 무선사업부로 넘어갔다. 성능에서 우위에 있는 스냅드래곤과 격차를 줄여 엑시노스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에서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채택 비중을 5대5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칩 간 성능 격차가 이슈가 제기되면서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비중은 2020년 들어 8대2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국내 출시 플래그십 모델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던 관례도 2월 출시한 갤럭시S20부터 깨졌다. 상반기 출시한 엑시노스990이 성능 저하와 발열 문제를 지적받은 데 따른 결정이었다. 엑시노스는 8월 출시한 갤럭시노트20에서도 유럽 출시 모델에만 탑재되는 굴욕을 겪었다. 한국·미국·캐나다·일본·중국 등 출시 모델은 모두 스냅드래곤865+를 탑재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성능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갤럭시S21(가칭)에 AMD와 협업한 결과물인 ‘엑시노스1000’ 탑재 비중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엑시노스1000은 ARM의 최신 코어텍스-X 코어와 AMD의 그래픽 기술이 결합된 신형 모바일 AP다. 삼성전자의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기반으로 제조한다. 스냅드래곤 대비 약점으로 꼽힌 성능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기대를 받는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980 모바일AP/ 삼성전자
삼성전자 각 사업부 입장에서 엑시노스는 꼭 필요한 자산이다. 무선 사업부는 엑시노스의 존재로 그동안 퀄컴과 스냅드래곤 구매 협상에서 타 제조사 대비 유리한 입장에 섰다. 하지만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 대비 현격한 성능 차를 보이거나 생산량이 급감할 경우 퀄컴에 꺼내들 카드가 사라진다.

LSI사업부도 주력 매출원인 엑시노스를 놓칠 수 없다. 전력관리칩(PMIC), 모뎀, 이미지 센서 등으로만 버티기에는 버겁다. 파운드리 사업부 입장에서도 엑시노스는 매번 수주를 맡기는 고마운 고객이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성능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스냅드래곤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는 이유다.

최근 퀄컴은 강화된 지위를 바탕으로 스냅드래곤875와 5G 통신 모뎀 ‘스냅드래곤X60’ 가격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 엑시노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제재로 인한 화웨이 관련 공급 공백은 오포, 비보 등이 메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이미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주요 고객이다. 향후 수주량 증가를 기대할 만 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스냅드래곤875 수주는 갤럭시S21 시리즈 AP 탑재 비중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는 엑시노스1000을 통해 AP에서 퀄컴에 뒤지지 않는 역량을 갖추는 동시에 파운드리에서는 TSMC 추격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