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 ‘신의 직장’ 옛말…채용 규모 1/4로 줄어
파격 연봉·복지혜택 주는 네이버·카카오·토스로 ‘턴’

정보기술(IT) 개발자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금융권의 채용규모가 쪼그라 들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자 새로운 금융 사업을 펼치는 IT기업들은 파격 혜택을 앞세워 개발자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파격 대우와 복지혜택을 누릴수 있는 IT 기업으로 ‘턴’ 하려는 분위기다.

/ 카카오뱅크
/ 카카오뱅크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하반기 개발 직군 신입사원을 뽑는다. ▲네이버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웍스모바일 ▲스노우 ▲네이버웹툰 ▲네이버파이낸셜 등 6개 법인에서 200명을 채용한다. 앞서 지난 7월 열린 채용설명회에는 6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가하는 등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토스 뱅크’ 출범을 앞둔 토스도 인력 확충에 나섰다. 2021년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칭) 설립을 준비하는 토스혁신 준비 법인은 금융사의 모든 정보 흐름을 주관하는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인 ‘코어 뱅킹’ 분야 경력 개발자 수십 명을 채용한다. 모집 분야는 여·수신, 카드, 고객시스템, 회계관리 등 10개다. 입사자에는 전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 1억원 상당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파격 대우를 내걸었다.

카카오뱅크 역시 두 자릿수 채용 규모를 발표했다. 모집 직무는 운영체제(iOS), 클라우드 플랫폼, 금융 IT(코어뱅킹·금융정보), 빅데이터 분석 및 플랫폼 등 총 20개 분야다. 지난해 한 자릿수대로 몇 명씩 수시 채용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반면 IT 개발자 사이에서 탄탄한 복지 혜택으로 ‘신의 직장’으로 꼽히던 시중 은행은 채용 문이 좁아졌다. 올 상반기에는 공채가 없었을뿐더러, 하반기 채용 규모는 작년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업계 1위 신한은행은 지난해 1000명 넘는 직원을 채용했지만 이번 하반기에는 250명을 공개채용 한다. 우리은행도 750명에서 200여명 수준으로 취업 문이 좁아졌다. 하나은행은 공채와 수시채용을 통해 하반기 150명을 채용한다.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채용규모를 줄이는 ‘은행권’ 취업보다 새로운 금융 산업을 펼치는 IT기업 채용에 도전하겠다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에 뒤지지 않는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휴가, 복리후생, 유연 근무제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 공채 경쟁률은 100대 1을 넘었다. 수백 명을 뽑는다고 하면 수만 명이 몰렸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이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채용과 맞물려 은행의 공채 경쟁률은 예전 수준은 안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