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를 비롯한 업계는 반대 의사를 피력한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라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수 약사회는 약사 관리 감독 아래 환자가 직접 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를 받고 이를 받아가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구로구약사회는 "의약품은 처방 감사부터 조제, 투약까지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의약품 안전배송 솔루션’은 의약품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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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근무 중인 약사 최 모씨는 "병원 처방이 실수나 오기로 표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필드에서 이를 교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으로 약이 전달되면 환자에게 약이 잘못 투약되는 경우 또한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사고나면 누가 책임지나"

사고 시 책임소재가 명확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한약사회 한 관계자는 과거 헌법재판소가 의약품의 약국 내 판매 조항을 합헌판결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당시 헌재는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복약지도를 충실히 이행하고 유통과정에서 의약품 변질과 분실 등 가능성을 사전 차단해 사고 시 책임소재가 분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기존 의료 시장의 이해 없이 트렌드로 떠오르는 혁신 기술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보건의료 분야는 환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수용한다는 의미에서 공적 개념으로 이뤄져 있다"며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 시장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불합리해 보이는 게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시장 경제에 보건의료를 맡기면 의료 체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아마존은 필팩을 인수해 보건의료 산업 발전을 불러온다는 평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미국에서도 대면 서비스를 통해 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뒷받침되지 못해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의료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미국같이 예외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전문가와 직접 만나면 보다 확실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더러 비대면 서비스의 일반화는 진료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때문에 비대면 서비스를 어쩔 수 없이 시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비대면이 바람직해서 비대면 지행 사회로 가는게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 역할 명확히 해야 "소수를 위한 보완 서비스가 관건"

다수 약사회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취약지에 머무는 인물 등 의료 서비스를 직접 받기 힘든 경우에 대해서는 보완 서비스를 만드는 등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의약품 배송 서비스로 약사법 위반 논란을 촉발한 ‘배달약국’이 대구에서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시행했을 당시 대한약사회 등은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한 사례이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관련 조치가 시행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서비스를 확대해 제휴 약국을 모집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부 역할을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현재 상황을 민간에 맡겨두고 숟가락만 얹을 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 또는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이들에 대한 보완 서비스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의료 서비스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와 기술, 서비스 등을 통해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