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 30위권 안 미소녀 수집형 게임 중 중국 게임은 4개, 한국 게임은 1개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의 판호(허가증)를 단 한건도 발급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 게임 기업은 풍부한 재원과 값싼 인건비를 앞세워 게임을 단기간 개발, 한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중국에서 ‘2차원 게임’으로 불리는 ‘서브컬처’, ‘미소녀 수집형 게임’ 부문에서 이 경향이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 게임 기업은 차별화로 응수한다.

17일 오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30위권 안에 든 미소녀 수집형 게임은 총 5개다. 창유 ‘일루전 커넥트(10위)’, 4399코리아의 ‘스테리테일(18위), 요스타의 ‘명일방주(19위)’, 유주게임즈코리아의 ‘시노니스(28위)’다. 모두 중국 게임이다. 한국 게임은 하나뿐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루전커넥트, 스테리테일, 시노니스, 명일방주 이미지 / 각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루전커넥트, 스테리테일, 시노니스, 명일방주 이미지 / 각사 제공
장르 한계 뛰어넘는 다양한 차별점 마련한 것이 중국 게임의 인기 비결
"중국색은 벗고, 퀄리티는 올리고, 철저한 현지화로 해외 이용자 공략"

중국 게임 기업은 다양한 미소녀 수집형 게임을 출시하며 개발 노하우를 쌓았다. 이렇게 쌓은 경쟁력으로 미소녀 게임의 본고장 일본에서도 이름을 날린다. 단순히 미소녀를 수집하는 콘텐츠에 더해 다양한 게임성과 차별점을 마련한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10일 출시한 일루전 커넥트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위인의 힘을 보유한 미소녀 ‘커넥터’가 세계를 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출시 전 마니아(오타쿠) 이용자층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유명 우타이테(歌い手, 인터넷 공간에 커버곡을 게시하는 일종의 인터넷 가수를 이르는 일본 신조어) ‘하나땅’이 부른 OST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 현지 팬을 위해 한국어로 부른 OST 7곡도 공개했다.

8월 13일 출시한 스테리테일은 요괴 소녀 '천희'를 각성시키는 계약자가 되어 요괴 세계를 지키는 이야기를 담았다. 8일 출시한 시노니스는 운명을 뜻하는 스페인 단어 ‘SINO’와 이 단어를 뒤집은 ‘ONIS’를 조합해 게임 이름을 정했다. 과거로 시간여행해 세계가 파멸하는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조작 면에서도 터치 제스처로 스킬을 발동하는 시스템을 담아 차별화했다.

2020년초에 출시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는 명일방주는 디펜스게임의 전략적 요소와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미소녀를 제외해도 이야깃거리가 다수 나올정도로 탄탄하게 구성했다.

유주게임즈코리아 ‘시노니스’ 캐릭터 선택 화면 / 오시영 기자
유주게임즈코리아 ‘시노니스’ 캐릭터 선택 화면 / 오시영 기자
이은노 유주게임즈코리아 본부장은 중국 게임의 인기 비결에 대해 "중국 게임사는 최근 2차원 게임(미소녀 수집형 게임)의 그래픽과 원화를 제작할 때 중국색을 벗고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에 집중하고, 게임 배경이 되는 이야기도 탄탄하게 구성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 진출할 때 철저히 현지화해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채택한 점도 한국 이용자에게 인기를 끄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중국 게임은 ‘먹튀’ 등 기존 악명을 떨쳐낼 정도로 품질이 좋다. 게임 이용자의 요구를 잘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동아시아권에서 중국 2차원 게임 인기가 높다. 중국 게임사도 시장을 공략하려 노력하고 있어 변수가 없는 한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서브컬처 게임 여럿이 서브컬처라는 장르적 특성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중국 게임은 장르에 매이지 않고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새 시도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경향을 한국 게임사가 참고할 만 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호요가 28일 출시할 오픈월드게임 원신의 경우, 미소녀 수집형 요소는 일부에 불과하다. 출시시점 서울시 은평구 크기와 맞먹는 오픈월드 맵과 태그·원소 전투 시스템을 담았고,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출시 2주년 맞은 장수 한국 게임 ‘에픽세븐’ 여전히 선전
고품질 애니메이션, 소통, 세계관 구축 등으로 차별화

에픽세븐 이미지 /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이미지 / 스마일게이트
중국 게임 우세 속에 유일하게 매출 30위권 안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한국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21위)이다. 에픽세븐은 단지 서브컬처, 미소녀 수집형 장르의 게임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넘어 30fps(초당 프레임 수)가 넘는 고품질 애니메이션을 게임 콘텐츠에 도입,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줄거리를 살찌우려 탄탄한 세계관을 갖추려고도 노력한다. ‘에피소드’로 분류하는 메인 스토리와 대륙을 꾸준히 추가한다. 영웅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서브 스토리나 시즌 스토리(발렌타인데이, 할로윈, 크리스마스 등)까지도 메인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설계해 세계관을 확장한다.

미소녀 수집형 게임을 서비스할때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이용자와 소통이다. 중국 게임보다 한국 게임이 더 유리한 지점이다.

에픽세븐은 2019년부터 약 10개월간 꾸준히 유튜브 채널 생방송으로 이용자와 소통했다. 방송 담당자는 물론, 주요 개발자나 사업부 담당자가 출연하기도 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이용자 요구를 받아 게임 업데이트시 반영한다.

스마일게이트 한 관계자는 "에픽세븐은 게임의 퀄리티 면에서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과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을 가장 핵심적 가치로 여긴다"며 "서비스 2주년을 맞아 9월부터 선보이는 ‘에피소드3’ 업데이트에서는 게임 세계관을 더 확장하고, 기존 시스템도 정비해 기존 이용자는 물론 신규 이용자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개선 중이다"라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