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단순 수리도 불편 지적
배터리 등 파손 시 수리비 ‘눈덩이'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A씨(38세)는 국산차 브랜드의 전기차를 3년째 운행하다 최근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야간 주행 중 전조등 고장을 확인, 인근 서비스센터에 방문했지만 ‘전기차여서 고칠 수 없으니 직영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직영 서비스센터에서도 ‘전기차 담당 정비사가 일정이 많이 밀려있어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는 비교적 경미한 고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리 후 차를 인도 받기까지 열흘 이상 피곤함을 감수해야 했다.

전기차 이용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지만, 유지보수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비자 수도 동반 상승한다. 국산차와 수입차 할 것 없이 인프라 부족으로 간단한 정비를 받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며, 배터리 등 주요 부품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수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차 전기차 전문 정비 작업장 ‘EV 워크베이’ 모습 / 기아자동차
기아차 전기차 전문 정비 작업장 ‘EV 워크베이’ 모습 / 기아자동차
국산차와 수입차 할 것 없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며 정비 인력 및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현대차의 경우 전국 22개 직영센터 및 80곳의 정비 협력업체 ‘하이테크 블루핸즈'를 운영한다. 기아차는 현재 84곳인 전국 전기차 전용 서비스 작업장을 2030년까지 12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GM은 전국 99개 전기차 전문 정비거점을 운영한다. 르노삼성차도 전기차 전문 서비스 거점을 125곳 운영한다.

수입차 업계도 전기차 정비소 확대에 속도를 낸다. BMW는 전국 16개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전기차 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벤츠, 아우디, 포르쉐, 푸조 등 최근 전기차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수입차 브랜드들도 전기차 정비 인원을 충원하고 정비 설비를 늘려간다.

양적성장이 이어지지만,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리시간이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제보자 A씨처럼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나 모터 등 직접 연관이 없는 외장 파손이나 일반 수리도 전기차 전문 서비스센터가 아니면 입고를 거부당하는 사례도 종종 보고된다. 부품이나 공임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리비 폭탄'도 문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로 ‘경제성'을 내세운다. 배터리 충전요금이 내연기관차 유류비의 수십분의 일에 불과하고, 엔진오일 등 소모품이 필요 없어 운영비용이 저렴하다는 논리다. 그런데 운영비용에서는 수리 등 정비비용이 내연기관차보다 부담이 크다고 실제 이용자들은 지적한다.

최근 동호회와 SNS 등에 전기차 배터리 파손 시 수리비 논란이 불거졌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 등 범위도 넓다. 일상적인 주행 중 배터리팩이 파손됐을 때 2000만~3000만원대 수리비 청구서가 나온다는 내용이다. 각사는 ‘배터리 평생보증'을 내세우지만, 주행 중 사고나 파손 등은 소비자 과실이 있다고 보고 보험수리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다수다.

전기차 수리비는 보험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대형 손보사의 전기차 자차보험 손해율은 95.1%~113.3%다. 현재 보험구조로는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실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수리비가 비싸다는 자료도 공개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기차의 평균 수리비는 164만6000원, 내연기관차는 143만원으로 조사됐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약 15% 수리비용이 더 들었다. 부품가격도 전기차가 평균 95만6000원, 내연기관차가 76만원으로 25% 이상 비쌌다.

박재용 박사(자동차 칼럼니스트)는 "구매 초기에 보조금을 지급 받는다고 해도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신차 가격이 비싸다. 그만큼 운행 중 수리비 역시 비싸다는 점을 소비자들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정비 등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영역에서 서비스 품질 개선 및 비용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