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가 5세대(5G) 네트워크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기획재정부의 보고서가 나온 후 난감한 표정을 보인다. 향후 3년간 24조~25조원을 5G 인프라에 투입하는 이통3사는 정부의 세제 지원을 통해 투자금 중 일부를 돌려받을 예정인데, 기재부 산하기관인 KDI가 미흡한 자료 제출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며 2021년부터 받게 될 세액 공제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5G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DI 간 정책적 엇박자가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기재부의 반대에도 세액공제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 로고 / 각 사
이통3사 로고 / 각 사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통3사의 5G 투자세액 공제 근거의 타당성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주장은 이통3사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것인데,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필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 산하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간한 ‘2020 조세특례 심층평가-초연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이통3사가 정책 효과 분석을 위한 자료 제출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통3사가 기재부(KDI)의 자료 요청에 영업비밀을 근거로 기지국 설치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영업비밀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총계자료에 대한 제한적 요청을 했음에도 이조차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통업계는 정 의원 측의 주장에 억울해 한다. 법에 따라 주무부처를 통해 5G 기지국 등 시설 투자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있지만, KDI가 이통사에 자료 제출을 직접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조세특례법에 따른 조세 관련 분석자료 요청은 관계부처 장을 통해 하도록 돼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영업비밀에 준하는 상세한 자료를 요구해 직접 줄 수 없으니, 관련부처인 과기정통부에 관련 자료를 받으라고 요청한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관련 자료는 과기정통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고 말했다.

연내 국회 통과해야 세액 공제 받을 수있어

정부는 2019년 5G 커버리지 확대를 돕기 위해 이통사 법인세 감면 특례조치를 도입했다. 12월 일몰 예정이다. 이통사가 수도권 외 지역에 기지국을 설치할 경우, 세액 공제 규모는 설치비 중 2%다. 전년도 상시근로자수가 증가하면 추가 세액 공제율 적용(최대 3%)을 통해 법인세를 할인 받는다.

KDI는 보고서에서 세액 공제율과 월별 기지국 건설 수 등 자료를 통해 감면 가능한 세액 공제 규모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액수 파악을 위한 구체적인 기지국 설치 관련 자료는 빠져있었다고 했다. 즉 조세 특례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만큼 이통3사에 대한 특례를 일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5G 투자 세액 공제 규모는 연간 670억원쯤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5G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파수 재할당 대가 등 사업을 고려할 때 중요한 재원이 된다. KDI 평가처럼 조세 특례 혜택을 뺄 경우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는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 당시 연내 5G 투자 세액 공제를 약속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KDI의 보고서는 과기정통부 주장과 다르다.

조세 분야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세액 공제 결정 과정에 KDI의 보고서를 참고하는 것은 맞지만, 통합 투자세액 공제를 통해 5G 망 투자 세액 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7월 조세특례제도법에 따라 따로 실시했던 10개의 투자세액 공제를 1개로 통합한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5G망 투자 세액 공제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이 일몰이 되지만, 2020년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당해 연도 투자분에 대한 기본 공제율은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10%다. 투자증가분에 대한 추가 공제율은 모든 기업에 3%를 적용한다. 최근 정부의 조기 투자 독려를 받은 이통업계가 한시적으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청했던 공제율에 비해 적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전에도 기재부와 세액공제 문제를 놓고 법 통과 직전까지 줄다리기 협상이 이뤄졌다"며 "최근까지만 해도 당정청 협의에서 5G 망 투자 세액공제 관련 의견을 전달하는 등 계속해서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시설 특성 상 수도권 지역(과밀지역)에 투자할 경우에도 세액 공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계속해서 기재부에 설명 중이지만, 설득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