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플랫폼 규제 입법 추진에 나선 가운데 이같은 규제가 이커머스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이커머스, 파괴적 혁신으로 진화하다' 간담회에서 "규제가 이커머스 생태계의 장점을 파괴하는 일방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 산업 자체가 완전히 죽을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세 번째)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세 번째)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환경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판매자와 플랫폼, 소비자와 플랫폼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한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 교수는 "지나치게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특히 판매자와 플랫폼 간의 관계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 접근이 어려운데 이 부분이 투명하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와 플랫폼 관계를 규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회의 석상에서 ‘플랫폼이 소비자의 손해를 책임지도록 규제를 마련하라’고 얘기해서 더 어렵다"며 "상품 문제로 인한 소비자 손해를 플랫폼이 연대해서 배상 책임져야 한다고 논의가 진행되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은 판매자와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양한 판매자가 거래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플랫폼이며, 현재 법에서도 통신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자를 구분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플랫폼에 연대 배상 책임을 부과하면 기존 규율 체계가 다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플랫폼과 판매자를 똑같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며 "판매자와 플랫폼은 적용돼야 할 규제와 역할이 다르다. 이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규제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시대에 맞는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법이 현재 이커머스 산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자상거래법의 기본 체계는 이커머스가 태동하던 시기인 2002년에 마련됐다.

그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신 기반인) 통신판매중개업자라고 부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이란 단어가 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법학계에서도 플랫폼이 가진 지위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