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위블(돌리는 형태)폰 ‘LG 윙'은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의 길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기기 외형의 변화가 사용자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입증했다. 특히 업계 최초로 짐벌 모드의 카메라 기능을 기기에 담아 일상을 영화처럼 기록하도록 도왔다.

아쉬움도 있다. 새로운 보조 디스플레이에서 구동되는 앱은 일부로 한정된다. 듀얼 디스플레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일반 바(bar) 형태보다 다소 무게가 나가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LG 윙을 T자형으로 했을 때 전면과 후면 / 김평화 기자
LG 윙을 T자형으로 했을 때 전면과 후면 / 김평화 기자
디스플레이 돌리는 게 이렇게 가볍고 부드러울 줄이야

LG 윙은 듀얼 디스플레이 기반의 스위블폰이다. 두개 디스플레이가 겹쳐 있다가 필요한 때 앞면의 메인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T자형(스위블 모드)이 된다. 후면에 있었던 보조 화면이 드러나 두 개 화면을 모두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기기다.

스위블폰인 만큼 LG윙을 받아보자마자 메인 화면을 돌려 T자형을 만들어봤다. 예상보다 더 부드럽고 손쉽게 메인 화면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T자형이 되기 바로 전에는 약간 느리게 화면이 돌아갔는데, 기기 마찰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LG전자는 메인 화면이 부드럽게 회전하도록 모바일용 초소형 힌지(경첩)을 자체 개발했다. 특수 설계한 유압식 댐퍼 기술도 힌지에 적용해 화면 회전 시 발생하는 충격을 줄였다. 보조 화면 주변에는 윤활성이 좋은 폴리옥시메틸렌(POM) 소재로 특수 처리했다. 화면 회전 시 고급스러운 손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왼쪽부터 LG 윙 측면과 전면(팝업)·후면 카메라, 후면 카메라 카툭튀(카메라가 튀어 나온 모습) 정도.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LG 윙 측면과 전면(팝업)·후면 카메라, 후면 카메라 카툭튀(카메라가 튀어 나온 모습) 정도. / 김평화 기자
영상 보면서 방해 없이 카톡할 수 있다

LG 윙을 T자형으로 만들어 메인 화면에서 영상을 시청해봤다. 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화면이 꽉 차 있다는 점이었다. 노치(카메라나 센서 등을 위해 화면 상단 일부를 파낸 형태)나 펀치홀(카메라 구멍을 화면에 동그랗게 만든 형태)이 없기에 가능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노치리스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카메라가 디스플레이에 있으면서 펀치홀이나 노치를 만드는데, 이를 없애 화면 구성을 극대화했다. 대신 전면 카메라는 팝업 카메라 형태로 후면 디스플레이 상단에서 나온다. LG전자는 팝업 카메라 실행 중 혹시 있을 파손의 위험을 줄이고자 떨어뜨릴 때 자동으로 카메라가 들어가도록 가속도 센서를 탑재했다.

LG 윙은 6.8인치 메인 화면에 3.9인치 보조 화면을 지원한다. 한 가지 앱을 두 화면에서 나눠 사용하거나, 두 개 앱을 각각의 화면에서 실행할 수 있다. 사용해보니 메인 화면으로 영상을 보면서 보조 화면에서는 영상 재생과 화면 밝기, 음량 조절이 가능했다. 메신저를 활성화하거나 인터넷 검색용으로 보조 화면을 따로 실행할 수도 있었다.

게임 실행해서도 LG 윙의 장점이 드러났다. LG 윙 화면 구성에 최적화한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9’을 실행해보니 메인 화면으로 차량을 움직이면서 보조 화면으로 레이싱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보조 화면에서 따로 ‘게임 툴’을 띄워 여러 제어도 가능했다. 무음 설정이나 게임 중 알람 제한, 다크맵 모드가 가능했으며 화면 캡처도 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게임은 아스팔트9과 같은 실행이 불가하다. 보조 화면에서 게임 툴 실행은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게임 내부에서 활용은 불가능하다. 모든 게임사가 LG 윙에 최적화한 게임 모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향후 소프트웨어 개방성을 높여 사용도를 확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LG 윙에서 메인 화면으로는 유튜브 영상 시청을, 보조 화면으로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모습 / 김평화 기자
LG 윙에서 메인 화면으로는 유튜브 영상 시청을, 보조 화면으로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모습 / 김평화 기자
짐벌 모드와 함께면 일상을 영화처럼 기록 가능

LG 윙은 단순히 기기 외형만 바꾸지 않았다. 카메라에서도 전과 다른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단순히 카메라 화소를 높이거나 렌즈 갯수를 늘렸다는 말이 아니다. 업계 최초로 짐벌 모션 카메라를 적용했다.

짐벌은 스마트폰 등으로 영상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흔들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임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영상 촬영을 제공하는 전문 촬영 장비다. LG전자는 이같은 짐벌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했다. LG 윙 기기만으로 전문적인 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제공했다.

LG 윙을 T자형으로 만든 후 짐벌 모드를 실행하니 기기를 흔드는 속도보다 화면 전환이 느리고 부드러웠다. 보조 화면에 있는 조이 스틱 모양을 움직이면 기기를 가만히 들고 있는 상태에서도 상하좌우로 찍는 장면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이같은 기능은 영상 촬영에 서툰 사람부터 유튜브나 전문 크리에이터까지 폭넓게 관심을 둘 수 있을 만했다. 특히 별다른 영상 장비가 없는 일반인도 전문가처럼 양질의 영상으로 일상을 남기게 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기능이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의 경우 반려동물이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같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간 영상을 얻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짐벌 모드를 활용하면 어려움 없이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여행을 가거나 이동하면서 찍기에도 적합한 기능이다.

LG 윙은 듀얼 레코딩도 기능도 지원한다. 전면과 후면 카메라를 모두 활용해 동시에 촬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용해보니 각각의 카메라로 담은 영상을 한 개 파일로 저장할 수 있어 편리했다. 해당 영상을 나눠 저장할 수 있는 점도 활용도를 높였다. 유튜브 영상 촬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능이었다.

LG 윙은 전면에 3200만화소의 광각 팝업 카메라를 지원한다. 후면에는 3개(트리플) 카메라가 있다. 광학식손떨림방지기능(OIS)을 포함한 6400만화소 광각에 1200만화소·1300만화소의 초광각 렌즈를 각각 탑재했다. 단, 스위블 모드에서는 1200만화소 광각 렌즈가 쓰인다.

LG 윙에서 짐벌 모드로 영상을 촬영한 모습. 기기 움직임보다 느리고 부드럽게 촬영이 가능하다. / 김평화 기자

T자형에서 일반 사진도 찍고 싶어요

LG 윙이 스위블폰 모델을 제시한 첫 기기이다 보니 아쉬움도 있다. 메인 화면 하단에서 지문 인식을 지원하다 보니 T자형일 때 지문 인식이 불편했다. T자형일 때 메인 화면 하단이 왼쪽으로 가 있어 오른쪽 엄지로 지문 인식을 할 때 기기에서 손을 떼야만 이동해야만 했다.

기기가 T자형일 때 특수 영상 촬영만 가능하고 일반 카메라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다. 때에 따라 T자형에서 전면이나 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을 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반 사진은 바 모양으로 기기를 사용해야 촬영이 가능했다.

그밖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퀄컴 스냅드래곤 765G를 택해 800대 시리즈를 탑재하는 최신 고가형 스마트폰보다 성능이 다소 낮은 점, 경량화에 노력해 폴더블폰보다는 가볍지만 기기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바 형태 스마트폰보다는 무거운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LG 윙 무게는 260g이다.

그럼에도 다소 아쉬운 점을 상쇄할 장점이 LG 윙에는 여럿 있었다. 소비자 눈길을 끌만한 새로운 폼팩터로서의 역할을 다한 기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기 성능을 입증한 만큼 소비자 눈길은 이제 미정 상태인 기기 가격에 향할 가능성이 높다.

LG윙에서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9’을 실행한 모습. 메인 화면으로 게임을 하면서 보조 화면으로 레이싱 경로나 게임 결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김평화 기자
LG윙에서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9’을 실행한 모습. 메인 화면으로 게임을 하면서 보조 화면으로 레이싱 경로나 게임 결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김평화 기자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