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아웃도어 열풍을 막진 못했다. 붐비는 오토캠핑장보다 한적한 장소에서 차박(차에서 숙박)이 유행이다. 왠만한 SUV로는 적재공간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캠핑족들도 늘어난다. 널찍한 적재함을 갖춘 픽업트럭의 인기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자존심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는 픽업트럭이 세단을 제치고 종종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한다. 픽업트럭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제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도 까다롭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담금질한 북미산 픽업의 상품성은 서서히 한국시장에서도 인정 받는 추세다.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안효문 기자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안효문 기자
한국GM이 2019년 국내시장에 선보인 픽업트럭 콜로라도가 1년만에 부분변경으로 돌아왔다. 그간 한국 시장의 반응에 귀기울여 고급 트림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세련되게 다듬는 등 맞춤식 변화가 눈에 띈다. 인천 영종도 오성산 일대에서 2021년형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Z71-X 트림을 시승했다.

거침 없는 험로주행력 ‘일품’
공조 주행도 승차감 무난해

콜로라도의 파워트레인은 V6 3.6리터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상 주행에서는 6개의 실린더 중 4개만 사용하는 능동형 연료 관리 시스템으로 살뜰히 기름소비를 줄이는 똑똑함도 갖췄다.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이날 시승회는 콜로라도의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GM은 오성산 정상 일대에 진흙길과 물 웅덩이, 가파른 경사로 등으로 얕볼 수 없는 오프로드 코스를 조성했다. 도심형 SUV로는 어지간한 코스는 진입조차 힘들 정도로 주행 난도가 상당했다.

오프로드 주행에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륜구동이다. 콜로라도는 전자식 오토트랙 액티브 4×4라는 4WD 시스템을 탑재했다, 운전자가 2륜이나 4륜 등을 선택할 수도 있고, ‘오토' 모드를 활성화하면 노면 상황에 따라 차가 스스로 구동방식을 선택한다. 굳이 4륜 저속을 선택하지 않아도 코스 전체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오토 모드의 반응성은 믿음직했다.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4륜구동의 접지력은 범피 로드 구간에서 빛을 발했다. 임의로 깊은 구덩이를 파둔 구간을 통과하는 코스인데, 주행 중 바퀴 두 개가 공중에 뜰 정도로 높낮이가 상당했다. 콜로라도는 바퀴가 걸릴까 싶은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균형을 잡으며 코스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한쪽 바퀴가 접지력을 잃어도 나머지 바퀴가 트랙션을 충분히 유지하고. 댐핑 스트로크(쇽업쇼버가 위아래로 가동하는 범위)가 충분해 가능한 묘기(?)였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고강성 풀 박스 프레임바디로 제작한 차다. 울퉁불퉁한 길을 무리 없이 통과하고, 과격한 자세로 험로를 돌파하려면 튼튼한 차체가 필수적이다. 최대 30도에 달하는 경사로에 한쪽 바퀴만 걸고 통과하거나, 바위로 이뤄진 락 크롤링 코스에서도 차체가 든든히 버텨줬다. 몸이 옆으로 기울어질 정도로 차를 극한까지 몰아붙였지만 안정적인 거동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흙길과 진흙길, 그간 내린 비로 만드어진 작은 호수들을 쉼 없이 주파했다. 콜로라도의 도강 능력은 80㎝로, 어지간한 물 웅덩이는 무리 없이 건널 수 있었다. 좌우로 몸이 요동쳤지만 불안함보다 평소와 다른 차의 움직임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출발지로 이동하는 동안 콜로라도는 편안한 주행감으로 오프로드에서 쌓인 긴장감을 풀어줬다. 일반 세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공도에서 콜로라도는 큰 차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도 금세 익숙해질 정도로 얌전했다.

정통 픽업 재해석한 세련된 디자인
픽업 특화 편의품목 ‘풍성’

콜로라도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신규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과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하고, 하단 범퍼 가니쉬 디자인을 다듬어 한층 세련된 인상을 자아낸다. 테일게이트엔 브랜드명을 좌우로 깊게 음각으로 새겨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적재함에 부착된 ‘Z71’ 데칼도 오프로더의 매력을 강조했다.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적재함 / 안효문 기자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적재함 / 안효문 기자
적재함 마감이 꼼꼼하다. 미끄러움 방지 처리가 된 스프레이온 베드 라이너 코팅으로 부식이나 손상 위험을 줄였다. 산악 자전거나 바이크, 서핑보드도 어렵지 않게 실을 수 있다. 부드럽게 열리는 이지 리프트 및 로워 테일게이트와 코너 스텝 등이 적용된 덕분이다.

트레일링 기능도 본격적이다. 견인 능력이 3.2t에 달하고, 트레일러 하중에 따라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는 통합형 트레일러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했다. 트레일러 체결 시 후방 카메라로 위치 등을 보여주는 히치 어시스트 가이드라인, 언덕밀림을 막아주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등도 적용했다.

시승 중간에 트레일러를 결착하고 오프로드 코스를 잠시 주행했다. 3.2t에 달하는 견인 능력 덕분에 트레일러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경사로를 오르내릴 때 뒤에서 잡아당기거나 미는 느낌 없이 무난하게 주행을 마무리했다.

콜로라도, 수입 픽업 대중화 선봉장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 한국GM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북미산 픽업트럭은 병행수입 등 극히 제한적으로 수입됐다. 그러나 쉐보레 콜로라도는 올해 1~8월 3600대 이상 신규 수요를 창출하며 쉐보레의 효자상품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북미산 정통 픽업에 대한 자동차 애호가들의 갈증을 씻어줌과 동시에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상품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눈에 띈다. 2021년형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 Z71-X의 가격은 4499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