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보인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했던 베네치아 운하가 맑아졌다. 연간 2000만 명이 찾던 베네치아 운하가 코로나19로 봉쇄되자 수십년 만에 맑아진 것이다. 건강한 지구를 되찾을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어느 누구, 어느 한 기업의 힘으로는 될 수 없다. ‘나하나면 어때’ 가 아니라 ‘나부터’라는 마음으로 생명의 터전인 지구의 한 부분으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신용녀 박사. /  IT조선 DB
신용녀 박사. / IT조선 DB
이러한 노력에 누구보다 앞장선 기업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다. IT조선은 한국MS의 신용녀 박사(NTO/ 최고기술임원)를 만났다. 지구환경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카본 네거티브 등 지속성장가능성을 위한 MS의 노력이 많은 기업과 개인이 지구 환경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신 박사는 강조한다.

신용녀 박사는 슬라이드에서 "눈표범이 어디에 있을까요?"라고 묻는다(정답은 인터뷰 말미에 공개한다). 환상의 고양이라는 별명을 가진 눈표범은 멸종위기에 있다. 인간을 피해 도망치듯 아프카니스탄 파미르 고원에서 히말라야까지 산악지대에 산다.

MS는 비영리단체와 멸종위기의 눈표범 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눈표범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찾아낸다. 불법 포획을 감시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의 목소리를 분석해 공격을 받는지 감시, 보호한다.

눈표범은 어디에 있을까. / 신용녀 박사 제공
눈표범은 어디에 있을까. / 신용녀 박사 제공
이러한 프로젝트는 ‘지구환경 AI 프로젝트(AI for Earth)’ 일환으로, 80개국 이상에서 500개 이상이 진행되고 있다. MS는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을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거나 그것이 어떤 문제가 있거나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분석하고, 종을 보호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 프로세싱과 음성인식 기술도 활용한다.

AI 기술로 환경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노력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신 박사는 빙하를 예로 든다. 이상 기온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여러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 지역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크릴 새우가 감소한다. 이를 먹고 사는 바다표범도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MS는 쥬크대학과 크릴 새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빙하의 서로 다른 표면이 특정 파장의 빛(위성 및 드론으로 측정할 수 있는 파장)을 어떻게 반사하는지 인식하도록 알고리즘을 훈련해 광범위한 영역에 대한 정밀 연구를 진행한다. 맞춤 제작된 드론의 이미지에 대한 알고리즘을 테스트한 후 위성 원격 감지 데이터에 적용해 전체 빙하까지 확장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연구가 다른 사례들과 결합되어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깃허브(GitHub)에 머신러닝 모델을 공개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함께 MS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도 나서고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참여기업의 연간 전력 사용량 규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업체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 규모가 국가별 기준으로 세계 23번째 국가 규모에 해당할 정도로 소비량이 많다.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전력체계를 가져가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데이터센터는 중단없는 운영을 위해 서버 등 주요 장비의 냉각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에어컨을 통한 탄소 배출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S는 에어컨을 없애는 대신 냉각기에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아이오와주의 데이터센터가 그 예다.

직원들과 해커톤을 비롯한 실질적 행동을 통해 기술의 지속 가능성도 모색한다. 5년동안 비영리 단체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실시하는 해커톤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고찰하고 해결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지속가능성 챌린지 2020’ 해커톤은 코로나19 때문에 원격으로 진행했다. 나흘 밤을 새우며 진행한 이번 해커톤에서는 쓰레기, 에너지, 탄소, 농업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신 박사는 이번 해커톤에서 주목할 아이디어로 비영리단체인 오션 클린업을 예로 들었다. 이 단체는
바다로 이어지는 다리마다 카메라를 달고, 머신러닝을 이용해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예측하기위한 모델을 개발했다. 유해 폐기물이나 전자제품과 달리 바다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강력한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추적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쓰레기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쓰레기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12억 톤의 고형 폐기물이 수집되고 있다.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한다. 이러한 배출량을 효율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MS의 버지니아, 아일랜드 등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폐기물 제로 인증을 획득해 운영중에 있다.

암스테르담 리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서버 및 네트워크 부품의 가용성을 높였다. 2025년까지 서버 및 구성 요소의 재사용을 최대 90%까지 증가시키는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매년 약 3억 미터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며 그 중 절반은 한 번만 사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지속가능성 계산기(Sustainability Calculator). / MS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지속가능성 계산기(Sustainability Calculator). / MS 제공
신 박사는 "MS는 탄소를 배출한 것보다 더 많이 없애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 내부의 노력 뿐 아니라 고객들을 위해 지속가능성 계산기라는 서비스를 내놨다"고 전한다. 지속가능성 계산기 서비스는 고객들이 IT인프라와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탄소 배출량에 대한 비교 및 영향을 정량화해 탄소 절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배출한 탄소보다 더 많이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MS. 대규모 프로젝트도 직원들의 소소한 실천도 모두 모아질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서피스 프로 엑스와 같은 디바이스의 전력 소모량(이전 대비 60.7% 감소)을 줄이는 노력도 더해진다. MS 본사에는 1시간 30분이상 소요되는 건물 끝간 이동에 셔틀이 운행되지만 직원들은 주로 걷는다.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한다. 환경 실천에 동참한 이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앱으로 실현해 자발적으로 운영한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다.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용녀 박사는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우리의 다양한 노력에 국내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러한 노력이 헛된 메아리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환경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드론 및 인공지능을 통해 촬영된 사진을 MS 인공지능 기술로 눈표범을 찾아낸다. / MS 제공
드론 및 인공지능을 통해 촬영된 사진을 MS 인공지능 기술로 눈표범을 찾아낸다. / MS 제공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