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상자산 금융시장을 휘어잡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가상자산의 핵심 기능을 배제하고 관련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플랫폼 사업만 다루니까요. 지금이라도 가상자산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전문법을 만들어 관련 금융시장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가상자산 금융(crypto finance) 기업 델리오의 정상호 대표는 22일 오후 개최된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세미나’에서 "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IT조선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IT조선
국내 가상자산 금융 산업 목소리를 대변한 정 대표는 이날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가상자산 금융’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선 은행이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등 가상자산 금융이 눈 앞에 닥쳤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해외 주요국 움직임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가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다루기 보다는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가상자산 변방국으로 몰락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대표는 "한국 주요 은행이 진행하는 블록체인 사업 공통점은 대부분 플랫폼 사업이다"라며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보고 관련 파생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신원인증 등 플랫폼 사업에만 목을 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기조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몇몇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붕괴됐다"며 "전문가 양성도 실패했고, 블록체인 기술사는 하청업체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가상자산 선도국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가상자산에 씌워진 음성 투자·사기·투기 프레임을 벗기는 가상자산 전문법과 가상자산 금융에 대한 본질 파악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금법은 사실상 ‘막는 규제’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관련 시행령이 나오면 막상 가상자산 금융을 다루는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가 이같은 기업 이탈을 막고 산업을 올바른 발전 방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정 대표는 독립법을 통해 ▲가상자산 금융 상품 허용 ▲실효성 있는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 ▲실효성 있는 세금부과 방안 ▲가상자산 기업 투자 허용 등에 대한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가상자산 금융 상품 허용과 관련해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과 파생상품 출시를 허용한다면 국내 금융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변방국에서 새로운 미래 금융 시장으로 들어서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