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향후 생산 비용은 줄이고 성능을 높인 자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주행거리가 16% 늘어나는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고, 18개월 뒤에는 배터리 가격을 절반 이상 줄인다는 설명이다. 2000만원대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문난 잔치(배터리 데이 행사)에 먹을 것이 없었다’는 반응도 보인다. 머스크는 양산화 단계까지 ‘거의 다 됐다(close to work)’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자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말하지 않았다. 현재 기술 수준에 대한 언급은 없고, 미래 기술 개발을 가정해 두루뭉술한 비전만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이하 현지시각) 테슬라 주가는 5.59%% 폭락했다. 성능이 향상된 배터리 대량 생산이 2022년까지 불가능해 기존 협력사와 거래를 늘리겠다는 전날 머스크 CEO의 발언에 따른 시장 반응으로 분석된다.
그는 기존 LG화학 등이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셀인 2170(지름 21㎜ x 높이 70㎜) 대비 두배 이상 큰 셀을 개발해 생산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배터리셀의 이름은 ‘4680(지름 46㎜ x 높이 80㎜)’이다. 에너지 집적도는 5배, 전력 공급량은 6배, 전기차 주행거리는 16% 늘린다. 이를 통해 18개월 뒤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을 56% 낮출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테슬라는 향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해당하는 건식 전극공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2019년 인수한 맥스웰테크놀로지 기술을 활용한다.
머스크 CEO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배터리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2년 100기가와트시(GWh), 2030년 3테라와트시(TWh)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며 "3TWh 생산은 2030년 이전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더 많은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1만에이커(40㎢)에 달하는 광산 부지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파워트레인 및 에너지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미국 네바다에 있는 리튬만으로 미국 전체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이처럼 전기차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면 향후 2만5000달러(2900만원)에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다"며 "차량 명칭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 협력사도 언급됐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공급망과 제휴하는 게 중요하다"며 "20TWh 생산 규모를 구축하려면 135개 기가팩토리가 필요한데, 테슬라가 전부 할 수는 없고 LG화학, CATL 등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테슬라 전기차 출하 규모가 30~40%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 출하 규모는 2020년 47만7750대에서 최대 51만4500대에 이를 전망이다. 2019년 36만7500대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배터리 데이는 테슬라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신기술과 목표 등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다. 당초 미 캘리포니아 시각 22일 오후 1시 30분, 한국시각 23일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 예정이었지만, 주주총회가 지연되면서 실제 배터리 데이는 오전 6시 40분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