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인터뷰
AI시대 융합형 인재 필요…기초부터 차근차근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도입 아닌 가치 만들어야"
온디맨드 과학자 양성 목표

"AI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융합형입니다. 융합을 실현할 통찰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에서 나오죠. 전문성은 기초부터 제대로 배웠을 때 나옵니다. 단순히 문·이과를 통합한다고 해서 나오는게 아닙니다. 무조건 통합하는 인재 양성 과정으로는 전문성을 키울 수 없습니다."

이학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과기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산업공학이 산업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라고 강조한다.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휘자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시스템적 사고를 수행하는 통합형 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기술 경영과 서비스 사이언스, 데이터 비즈니스 등 기술과 경영이 맞닿은 분야를 연구해 얻은 통찰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비즈니스 혁신,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한 비즈니스 의사결정 문제 해결과 같은 공학기술과 비즈니스의 연결 고리도 집중 연구한다.

IT조선은 23일 디지털 전환 시기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통찰한 이학연 교수를 만나 4차 산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학연 서울과기대 산업공학과 교수 / 김동진 기자
이학연 서울과기대 산업공학과 교수 / 김동진 기자
"뭐든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법"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기초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상을 창의적·융합형 인재라고 이야기하는데 최종 인재상 자체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런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코딩을 예로 들었다.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컴퓨팅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컴퓨팅적 사고란 단편적 학습에서 벗어나 복합적 사고로 나가는 수단으로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능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머신러닝과 같은 AI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또 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잘못된 교육 정책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융합형 인재를 키운다는 이유로 문·이과 통합을 추진한다"며 "AI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행렬, 벡터와 같은 필수 수학 과목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속출하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융합 인재를 기르기 위해 그 과정에서 융합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융합을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다른 분야를 접했을 때, 융합을 통해 어떤 기회를 만들지 알 수 있는 통찰이 생긴다. 전문성은 기초가 튼튼할 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융합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지,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어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도입 아닌 비즈니스 가치를 만드는 게 중요

그는 또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해 ‘디지털 전환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은 유행과 트렌드에 매우 민감해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움직이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디지털 전환을 통해 무엇을 이룰지, 이를 위해 어떤 협의가 필요한지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이다. 그는 생산성, 효율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경영진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추진력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전환은 더는 선택의 영역이 아닐 뿐더러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지 않는 CEO는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며 "기업이나 산업 특성별로 필요한 디지털 전환 수준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성과가 다르므로 현실적인 목표와 수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학연 서울과기대 산업공학과 교수 / 김동진 기자
이학연 서울과기대 산업공학과 교수 / 김동진 기자
"온디맨드(On-demand) 데이터 과학자 양성하겠다"

이 교수는 이달부터 교육부 BK21 4단계 사업인 ‘데이터 사이언스와 비즈니스 포텐셜’ 교육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BK21사업은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통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향후 7년간 2조9000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그는 "디지털 전환 핵심은 결국 데이터고, 데이터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는 것이다"라며 "최근 데이터 과학자 공급 인력이 늘지만, 대부분 AI 알고리즘을 공부하고 실험하는 쪽에 집중돼 있어, 현업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는 절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 현장의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데이터 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인력 양성과 함께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에 도움을 줄 있는 자체적인 프레임워크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