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IPO 향한 본격적 움직임 보여…국내외 증권사에 REP 발송

배틀그라운드로 세계 게임 업계에 ‘배틀로얄게임’ 열풍을 부른 제작사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회사 1분기 영업이익을 연간 영업이익으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어, 기업가치가 최소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매일경제 보도와 투자은행(IB) 시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 10곳 이상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증권사는 10월 12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크래프톤은 2021년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삼았다.

2019년 12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14차 회의'에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당시 4차산업혁면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 4차산업혁명위원회
2019년 12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14차 회의'에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당시 4차산업혁면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 4차산업혁명위원회
크래프톤, 2007년 블루홀로 창업 후 2017년 배틀그라운드로 ‘초대박’

크래프톤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초대 위원장 장병규씨가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당시 블루홀 실장)와 손잡고 2007년 블루홀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회사다. 2018년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크래프톤으로 변경했다. 대표작으로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와 배틀로얄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있다.

이 가운데 2017년 3월 스팀으로 출시한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단일게임 동시접속자 수 325만명을 넘기며 신기록을 세웠다. 출시 이후 13주만에 매출 1억달러(1171억원)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했다.

이 게임이 게임 산업에 미친 영향도 매우 크다. 배틀그라운드 덕에 이전까지만 해도 생소하던 배틀로얄게임 장르가 주류 게임 장르로 올라섰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에이펙스 레전드’ 등 해외 유명 게임사가 배틀로얄게임 장르에 뛰어들기도 했다.

크래프톤 2020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5.5% 늘어 352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082억원으로, 전년 대비 98.8% 늘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실적을 견인했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실적과 게임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점 등을 들어 기업 가치가 최소 30조원쯤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병규 의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17.4%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고려하면 총 지분율이 41%에 달한다. 또한 중국 거대 기업 텐센트가 2018년 크래프톤 지분 10%를 5700억원에 취득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에 더해 창업 초기 단계에 투자한 케이넷투자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새한창투, 본엔젤스파트너스, JKL파트너스 등이 크래프톤 지분을 보유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4월 누적 가입자 수 2000만명을 달성했다. / 펍지주식회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4월 누적 가입자 수 2000만명을 달성했다. / 펍지주식회사
위정현 학회장 "배틀그라운드 이후 영향력 있는 후속작 필요"

최근 크래프톤 장외 시장 호가는 한 주당 약 170만원으로, 총 기업가치는 약 13조7000억원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투자 열기가 다소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IPO 시장에 다소 거품이 껴있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최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도 상장 직후 열기가 다소 가시자 계속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이다"며 "2020년은 예외적인 해다. 연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한 탓에 게임 산업의 실적이 오르는 효과를 봤는데, 이런 효과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크래프톤이 향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배틀그라운드만큼 영향력 있는 작품을 꾸준히 내놔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배틀그라운드 IP 게임이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 IP로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거의 다 한 상황이다. 확장 가능성, 성장 동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이 탓에 차기작을 출시하는 일이 중요한데, 배틀그라운드 성공 이후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신작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MMORPG ‘엘리온’ 흥행 여부가 변수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4분기 출시할 PC MMORPG 엘리온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김형준 개발 PD가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서비스는 카카오게임즈가 맡는다. 이 게임은 이상 세계로 가는 관문 ‘엘리온’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벌핀’, ‘온타리’ 양 진영의 경쟁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게임 시장의 무게추가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기울며 PC MMORPG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엘리온은 ‘로스트아크’ 이후 간만에 나오는 PC 대작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은다.

이 게임의 이름은 원래 ‘에어’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애초 이름에 걸맞게 공중전 요소를 강조했으나, 비공개 테스트 이후 공중전의 비중을 큰 폭으로 줄이고 4월에는 게임 이름을 ‘엘리온’으로 전면 수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이름을 바꾼 이후 공중전 대신 논타겟팅 액션 시스템을 강조한다.

엘리온 이미지 / 크래프톤
엘리온 이미지 / 크래프톤
크래프톤 한 관계자는 "현재 IPO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으로, 자세한 정보를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펍지주식회사 대표도 겸하는 김창한 대표가 2020년 3월부터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6월 취임식에서 "크래프톤이 제2, 제3의 배틀그라운드를 만들 수 있는, 세계가 인정하는 제작의 명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회사를 이끄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라며 "’창의성 경영’을 통해 명작이 탄생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을 조성하고, 인재 영입, 육성 등 다양한 지원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