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 수가 체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한국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0’에서 한국 디지털 치료제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치료제는 인·허가에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용돼야 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강성지 웰트 대표와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 김영인 눔코리아 대표, 최윤섭 DHP 대표, 박지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 PD가 토론하고 있다. / 바이오플러스 유튜브 갈무리
왼쪽부터 강성지 웰트 대표와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 김영인 눔코리아 대표, 최윤섭 DHP 대표, 박지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 PD가 토론하고 있다. / 바이오플러스 유튜브 갈무리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예방·관리 혹은 치료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기존 치료제의 확장 개념이다.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약물·기기와 함께 쓰일 수도 있다. 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와 알코올·마약 중독, 불면증 치료 등에 활용된다.

이 분야는 수가 체계나 효과 등이 아직 규제·사회적으로 정립된 상태가 아니다. 다만 북미를 기점으로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가 규제 기관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 수요가 점점 커지면서 제도가 뒷받침되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도 디지털 치료제 스타트업이 시장에 속속 출사표를 던진다. 일부 국내 업체는 치료제 개발 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에서 효과를 증명해 인·허가를 받아도 벽이 존재한다. 서비스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서는 적정 수가 체계를 통한 의료기관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패널로 나선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인·허가를 받았을 때 수가를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책정할 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며 "독일은 디지털 치료제에 적합한 수가 체계를 만들고 있고, 우리나라 심평원도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를 체계적으로 묶거나 구분해 수가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인 눔코리아 대표는 "단독 요법과 약물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활용되는 디지털 치료제를 폭 넓게 고려한 수가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가 명확하지 못하다며 우려한다. 발달장애 아동 인지학습용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 두브레인의 최예진 대표는 이에 대해 "디지털 치료제의 의학적 효과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이 분야 역사가 3년 정도로 짧다보니 증명 방법이 고도화되지 못한 탓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규제기관과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더 잘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매일 고민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최윤섭 DHP 대표도 디지털 치료제의 의학적 증명이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의학적 증명에 대한 근거는 빠른 속도로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미국 디지털 치료제 행사에서 논의되던 주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임상이 필요하느냐’였다"며 "이제는 임상에서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논의된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검증 방법론과 근거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