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업의 막내 GLA가 7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왔다. 당시는 소형 SUV 시장이 막 태동하던 터라 ‘작은 벤츠 SUV’ 차량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던 사람이 적지 않게 많았다.
하지만 GLA는 한국시장에서만 누적 1만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 가솔린 터보의 호쾌한 달리기 실력
편안함 속 민첩한 몸놀림 인상적
자동차 애호가들 중 ‘벤츠는 심심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두드러지는 주행감각을 느끼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벤츠는 탈 수록 만족도가 높다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GLA 250 4매틱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8단 듀얼클러치(DCT)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224마력, 최대토크 35.7㎏·m, 0→100㎞/h 도달시간 6.7초 등의 성능을 갖췄다.
사실 1세대 GLA의 주행감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을 느끼진 못했다. 적당히 잘 나가고 몸놀림이나 제동성능도 크게 불만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무난함이 기억난다. 이번 시승에서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정체구간을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로 진입하면서 GLA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씩 깰 수 있었다. 교통흐름이 원활하누 구간에서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변경하자 성격이 사뭇 달라졌다. 얌전히 감추고 있던 힘을 시원시원하게 쏟아냈다. 차고가 다소 높은 SUV지만 몸놀림도 준수했다.
특히 고속주행 시 직진 안정성은 여느 벤츠와 마찬가지로 신뢰가 갔다. 몸으로 느끼는 속도감과 계기판이 나타내는 숫자의 괴리감이 컸다. 자칫 평소보다 과속하기 십상이어서 주의해야 했다.
물론 일상적인 주행상황에서는 점잖고 얌전한 느낌이 차를 지배한다. 운전자도 동승자도 편안하게 몸을 맡길 수 있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만 과장 없이 움직인다. 차에 금세 익숙해질 수 있는 조건으로, 벤츠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위시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는 벤츠가 자랑하는 분야다. 2세대 GLA에도 앞차와 간격과 상대 속도를 알아서 유지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돌발 상황에서 스스로 차를 멈춰세울 수 있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차선이탈 방지 패키지와 사각지대 어시스트, 다운힐 속도 조절 등 풍성한 안전기능들이 탑재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쓸 때 앞차와 간격을 너무 벌리면 우리나라 특성 상 수 많은 차들이 앞으로 끼어들어 불편하다. 2세대 GLA는 간격조정을 최소로 하면 놀랄 정도로 빠듯하게 앞차와 붙어 주행했다. 반응속도에 대한 벤츠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고속 주행 시 움직임도 자연스러웠다. 다만 차선유지 보조는 말 그대로 ‘보조'에 그쳤다. ADAS는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큰 불만은 없다.
젊은 벤츠 표방하는 역동적인 디자인
작지만 알찬 실내 구성
쿠페형 디자인이 사랑 받는 시대다. 매끈한 지붕선이 주는 세련되고 역동적인 인상 때문이다. 2세대 GLA는 SUV지만 쿠페를 연상케하는 라인을 갖췄다. 그러면서 앞뒤 오버행(차 끝과 차축간 거리)을 줄이고 어깨선을 키워 듬직한 SUV 본연의 맛도 잘 살렸다.
제원표상 휠베이스는 30㎜, 높이는 110㎜ 늘렸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시트 포지션을 높이고 헤드룸을 넉넉히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개별 폴딩 가능한 2열 시트는 1세대보다 플랫하게 접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간단한 차박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파노라믹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이 상당히 좋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나 원격으로 테일게이트를 여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엑세스 등 선호도 높은 편의품목도 충실히 갖췄다.
"작아도 벤츠는 벤츠다"
메르세데스-벤츠만의 브랜드 파워는 제품 라인업 전체에 강력한 통일감을 부여한다. 어떤 벤츠를 타더라도 벤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선입견(?) 때문에 벤츠가 젊은 소비층을 포섭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높은 가격 이상으로 진중하고 묵직한 인상이 젊은 감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 차는 실제 타보기 전엔 알 수 없다. GLA의 발랄함이 딱 그랬다.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의 가격은 591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