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업의 막내 GLA가 7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왔다. 당시는 소형 SUV 시장이 막 태동하던 터라 ‘작은 벤츠 SUV’ 차량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던 사람이 적지 않게 많았다.

하지만 GLA는 한국시장에서만 누적 1만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 안효문 기자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 안효문 기자
2세대 GLA의 투입시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2019년 12월 온라인으로 공개된 2세대 GLA는 올 9월이 되어서야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도되기 시작했다. 7년 간 담금질한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의 상품성을 서울역과 경기도 가평 일대에서 체험했다.

2.0 가솔린 터보의 호쾌한 달리기 실력
편안함 속 민첩한 몸놀림 인상적

자동차 애호가들 중 ‘벤츠는 심심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두드러지는 주행감각을 느끼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벤츠는 탈 수록 만족도가 높다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GLA 250 4매틱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8단 듀얼클러치(DCT)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224마력, 최대토크 35.7㎏·m, 0→100㎞/h 도달시간 6.7초 등의 성능을 갖췄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엔진룸 / 안효문 기자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엔진룸 / 안효문 기자
제원표 상 숫자는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아담한 GLA의 크기를 생각하면 큰 불만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 1세대 대비 차체가 조금 커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컴팩트 SUV의 영역에 분류되는 게 GLA다.

사실 1세대 GLA의 주행감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을 느끼진 못했다. 적당히 잘 나가고 몸놀림이나 제동성능도 크게 불만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무난함이 기억난다. 이번 시승에서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정체구간을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로 진입하면서 GLA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씩 깰 수 있었다. 교통흐름이 원활하누 구간에서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변경하자 성격이 사뭇 달라졌다. 얌전히 감추고 있던 힘을 시원시원하게 쏟아냈다. 차고가 다소 높은 SUV지만 몸놀림도 준수했다.

특히 고속주행 시 직진 안정성은 여느 벤츠와 마찬가지로 신뢰가 갔다. 몸으로 느끼는 속도감과 계기판이 나타내는 숫자의 괴리감이 컸다. 자칫 평소보다 과속하기 십상이어서 주의해야 했다.

물론 일상적인 주행상황에서는 점잖고 얌전한 느낌이 차를 지배한다. 운전자도 동승자도 편안하게 몸을 맡길 수 있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만 과장 없이 움직인다. 차에 금세 익숙해질 수 있는 조건으로, 벤츠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소음부분은 다소 고개가 갸웃거렸다. 못 견딜 정도로 시끄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벤츠에 기대할 정도의 정숙성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차고가 높은 SUV 특성상 어느 정도 풍절음은 예상했지만, 엔진소음이 생각보다 거슬렸다. 다른 벤츠들보다 방음재가 적게 들어건 건 아닐지 짐작해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위시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는 벤츠가 자랑하는 분야다. 2세대 GLA에도 앞차와 간격과 상대 속도를 알아서 유지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돌발 상황에서 스스로 차를 멈춰세울 수 있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차선이탈 방지 패키지와 사각지대 어시스트, 다운힐 속도 조절 등 풍성한 안전기능들이 탑재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쓸 때 앞차와 간격을 너무 벌리면 우리나라 특성 상 수 많은 차들이 앞으로 끼어들어 불편하다. 2세대 GLA는 간격조정을 최소로 하면 놀랄 정도로 빠듯하게 앞차와 붙어 주행했다. 반응속도에 대한 벤츠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고속 주행 시 움직임도 자연스러웠다. 다만 차선유지 보조는 말 그대로 ‘보조'에 그쳤다. ADAS는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큰 불만은 없다.

젊은 벤츠 표방하는 역동적인 디자인
작지만 알찬 실내 구성

쿠페형 디자인이 사랑 받는 시대다. 매끈한 지붕선이 주는 세련되고 역동적인 인상 때문이다. 2세대 GLA는 SUV지만 쿠페를 연상케하는 라인을 갖췄다. 그러면서 앞뒤 오버행(차 끝과 차축간 거리)을 줄이고 어깨선을 키워 듬직한 SUV 본연의 맛도 잘 살렸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 안효문 기자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 안효문 기자
국내 도입된 GLA는 AMG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과 19인치 AMG 5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 등 고성능 AMG의 디자인 요소를 일부 적용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디자인에 강세를 줘 한층 젊은 인상을 표현했다.

제원표상 휠베이스는 30㎜, 높이는 110㎜ 늘렸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시트 포지션을 높이고 헤드룸을 넉넉히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개별 폴딩 가능한 2열 시트는 1세대보다 플랫하게 접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간단한 차박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트렁크 / 안효문 기자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트렁크 / 안효문 기자
실내는 간단한 구성에 고급 소재로 마감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나파 가죽으로 감싼 D컷 스포츠 스티어링 휠, 시트와 대시보드의 스티칭 처리, 실내 곳곳에 배치한 카본 스트럭처 트림 등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고루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실내 / 안효문 기자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 실내 / 안효문 기자
신형 벤츠 답게 디지털 요소도 적극 반영했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일체형으로 연결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 대표적이다. 내비게이션은 화면 터치는 물론 터치 패드와 스티어링휠 컨트롤 패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어 가능하다. 은은한 푸른빛 엠비언트 조명도 감각적인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파노라믹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이 상당히 좋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나 원격으로 테일게이트를 여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엑세스 등 선호도 높은 편의품목도 충실히 갖췄다.

"작아도 벤츠는 벤츠다"

메르세데스-벤츠만의 브랜드 파워는 제품 라인업 전체에 강력한 통일감을 부여한다. 어떤 벤츠를 타더라도 벤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선입견(?) 때문에 벤츠가 젊은 소비층을 포섭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높은 가격 이상으로 진중하고 묵직한 인상이 젊은 감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 차는 실제 타보기 전엔 알 수 없다. GLA의 발랄함이 딱 그랬다. 뉴 메르세데스-벤츠 GLA 250 4매틱의 가격은 591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