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42)암행어사 컨셉 슈퍼로봇 '최강로보 다이오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최강로보 다이오쟈(最強ロボ ダイオージャ)'는 1980년대 ‘기동전사 건담’으로 성인층을 공략한 선라이즈가 어린이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만든 슈퍼로봇 작품이다. 앞서 같은 목적으로 선보인 ‘무적로보 트라이더G7’의 후속작으로 제작됐지만 내용 연관성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유명 시대극 ‘미토 고몬'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 ‘미츠쿠니'가 유랑노인으로 신분을 숨기고 전국을 떠돌며 악당들에게 벌을 내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조선시대 ‘암행어사'와 이야기 뼈대가 같다. 일본에서는 1969년 제작된 드라마가 유명세를 탔다.

애니메이션 다이오쟈는 정통파 슈퍼로봇의 기본 스토리 골격인 ‘권선징악'을 갖추면서도, 당시 인기 시대극의 요소를 더하고 이야기 배경을 머나먼 미래의 우주로 옮기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성간국가 에돈은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평화의 그림자에는 권력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위정자'들이 나라와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미토 왕자는 1년간의 여행을 통해 나라의 어두운 면을 마주하며 성장해 나가고, 여행 중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슈퍼로봇 ‘다이오쟈'로 응징한다.

애니메이션 마지막편에서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미토 왕자는 권력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에돈국의 ‘신분제도'에 문제점을 이야기 하며, 자신이 왕이 되기 전까지 더 많은 백성들을 만나 고충과 의견을 듣기 위해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동전사 건담'을 탄생시킨 선라이즈가 같은 시기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이유는 건담의 저조한 초반 장난감 매출 탓이다.

기동전사 건담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처음으로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과 성인을 타겟으로 기획된 탓에 어린이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했다. 건담은 1979년 방영 당시 일본의 서쪽인 나고야 지역 평균시청률이 9.1%, 동쪽인 관동 지역이 5.3%를 기록하는 등 저조한 초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건담이 인기를 끌지 못하자 제작비를 지원한 스폰서가 ‘샤아처럼 어두운 캐릭터가 원인’이라며 중요 캐릭터인 샤아를 좌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왜 샤아가 안 나오냐’는 등 항의 편지가 빗발치자 제작사인 선라이즈는 스폰서를 설득해 본래 시나리오대로 방영을 재개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참고로, 건담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애니메이션 이야기 후반부터다. 애니 전문 잡지에서 건담 특집 기사가 다뤄지는 등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건담 팬층이 형성된 것이다. 일본 애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담의 인기 상승으로 마지막화에서 죽을 예정이던 주인공 ‘아무로 레이’가 목숨을 건졌다.

애니 ‘최강로보 다이오쟈'는 연출가이자 감독으로 활약한 ‘사사키 카츠토시(佐々木勝利)’가 메가폰을 쥐고 제작했다. 사사키 감독은 ‘미래로보 달타니어스', ‘무적로보 트라이더G7’에서 감독을, ‘투장 다이모스', ‘지구로', ‘바빌2세', ‘강식장갑 가이버'에서 연출을 맡은 인물이다.

다이오쟈 시나리오는 각본가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가 맡았다. 호시야마는 ‘초인전대 바라타쿠', ‘무적초인 잠보트3’, ‘캡틴퓨처', ‘무적강인 다이탄3’, ‘기동전사 건담' 등의 작품에서 각본을 담당했다.

다이오쟈 캐릭터는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가 그려냈다. 사사카도는 ‘용자 라이딘', ‘콤바트라V’, ‘세인트 세이야' 등의 작품에서 작화감독을, ‘볼테스V’ 등의 작품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슈퍼로봇 다이오쟈 메카닉 디자인은 ‘독수리오형제', ‘건담', ‘보톰즈', ‘자붕글', ‘드라고나', ‘가리안' 등 로봇 메카닉을 탄생시킨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가 맡았다. 다이오쟈 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다른 메카닉은 이후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메카닉 디자인을 맡게되는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가 담당했다.

3대의 로봇이 합체해 완성되는 슈퍼로봇 ‘다이오쟈’

다이오쟈는 ‘에이스레더', ‘아오이더', ‘코발터' 등 3대의 로봇이 서로 합체해 완성되는 슈퍼로봇이다. 선라이즈 설정 자료에 따르면 다이오쟈의 크기는 높이기준 25미터이며, 중량은 240톤에 달한다. 몸체는 ‘에도가니움'이란 이름의 초금속으로 만들어졌다.

슈퍼로봇 다이오쟈는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사용해 1200만마력의 힘을 낸다. 대기권 내에서 무려 마하10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다. 로봇은 합체를 통해 에돈 왕가의 문장을 전면에 드러내도록 제작됐다.

로봇 에이스레더는 건담과 비슷한 17.8미터 크기로 만들어졌다. 에이스레더의 검 무기인 ‘에이스 사벨'은 3미터 두께 강철도 쉽게 베어낸다. 붉은색의 에이스레더 로봇은 다이오쟈의 머리와 가슴부로 변형된다.

아오이더는 17미터 크기의 파란색 몸체를 가진 로봇이다. 듀크 스케이드가 탑승하며 ‘빔 건' 등의 무기를 사용한다. 다이오쟈의 양팔과 허리부분으로 변형된다.

로봇 코발터는 17.2미터로 만들어졌다. 곤봉 등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무기를 사용한다. 변형을 통해 다이오쟈의 다리가 된다.

에이스레더·아오이더·코발터 3대의 로봇은 애니메이션 후반부에서 ‘크로스에이더'라는 강화 파츠를 통해 전투능력을 끌어올리게 된다. 하지만 다이오쟈로 합체 시 강화 파츠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