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및 특허 침해를 두고 법적공방을 펼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며 제재해달라는 LG화학 요청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10월 26일(현지시각) ITC의 최종 결정을 앞둔 가운데 양사의 극적합의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IT조선은 한국기업 간 ‘세기의 배터리 분쟁’ 결말을 합의 및 최종판결 시나리오로 나눠 살펴봤다.

LG화학(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 간 ‘세기의 배터리 분쟁’이 10월 26일(현지시각)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이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로 양사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극적 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ITC의 10월 26일 판결은 양사가 벌이는 전체 6건의 소송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두 번째 나오는 최종판결이다. 특허침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며, 미 델라웨어주 법원은 ITC 진행에 따라 소송을 중단한 상태다. SK가 서울중앙지법에 LG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은 1심에서 LG가 승소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 내부 모습/ LG화학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 내부 모습/ LG화학
LG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ITC가 2월 SK에 내린 조기 패소 판결을 뒤집고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경우다. ITC가 사건을 처음부터 들여다봐야하기 때문에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LG로서는 다잡은 승리를 놓치는 셈이다.

수정 지시가 내려지면 ITC의 최종결정까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SK에는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그동안 미 조지아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게 된다. 부담없는 장기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LG와 합의금 협상도 전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앞서 4월 ITC는 5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SK의 예비결정 재검토 요청을 받아들였다. 전면 재검토 결정은 신청 건수의 15% 수준으로 알려졌다.

ITC는 ▲어떤 증거가 인멸됐는지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사용해 어떤 결과가 야기됐는지 ▲LG는 어떤 경제적 피해를 얼마나 입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양사에 요청했다. LG가 피해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 최종판결에서 반전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ITC는 4월 재검토 결정 당시 공중보건·복지와 미국 경제의 경쟁 조건, 미국 소비자 등과 관련한 ‘공익’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ITC는 2018년에도 이를 이유로 퀄컴이 요구한 아이폰의 미국 내 반입 금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ITC가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더라도 공익을 감안해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SK 배터리의 미국 내 판매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특히 LG가 ITC에 승소 판결을 받지 못하고 SK와 합의에 실패하면 갑갑한 상황이 펼쳐진다. 12월 1일 공식 출범하는 배터리 사업 전담 신설법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소송 대응에 투입하는 인력 등을 고려하면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은 신설법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송 비용 지출을 줄이고 합의금을 받아 안정적인 사업확장에 나서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올 수 있다.

국내외에서 벌이는 양사의 소송은 항소심까지 고려하면 건당 3~4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은 출범하자마자 불확실성과 소송 준비에 시달려야 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송이 길어져도 LG가 불리할 게 없었지만, 배터리 사업 분사로 대규모 투자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소송 장기화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며 "ITC가 예비결정에서 나온 조기패소 결과를 뒤집을 경우 LG는 리스크를 안고 분사에 돌입해야 하는데, 회사 내부 및 주주들의 우려가 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