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4년작 ‘허리케인 포리마(破裏拳ポリマー)’는 1972년 ‘독수리오형제', 1973년 ‘신조인간 캐산’에 이은 애니 제작사 타츠노코의 액션 히어로 작품이다.

2개의 뿔이 달린 헬멧, 근육질 몸매가 다 드러나는 붉은색 전투복으로 감싸진 몸뚱이와 ‘파리권류(破裏拳流)’라 불리는 권법으로 차례차례 등장하는 악당을 무찌르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주인공이 펼치는 경쾌한 격투 장면과 등장인물 사이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볼거리다.

허리케인 포리마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허리케인 포리마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애니메이션은 가상의 도시 워싱쿄에 위치한 3류 탐정사무소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탐정사무소는 자칭 ‘셜록홈즈 2세'라는 소장 ‘쿠루마 죠'와 탐정사무소가 위치한 ‘넘버원' 빌딩 소유주이자 포리마 팬인 미녀 ‘난바 테루', 주인공이 포리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개라서 말을 못하는 경찰출신 노견 ‘남작'으로 구성됐다. 주인공 ‘요로이 타케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신입조수라는 설정이다.

주인공 타케시의 정체는 국제경찰 장관인 ‘오니가와라 토라고로'의 아들이다. 포리마로 변신한 타케시는 애니 1화에서 악당의 손으로부터 아버지를 구해낸다.

타케시를 영웅 포리마로 변신시키는 아이템은 타케시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붉은 헬멧 ‘포리멧'이다. 포리멧은 중화합물질 ‘포리마'를 발명한 ‘오레가 스텔' 박사가 만든 것이다. 포리멧은 ‘물질변화'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신체를 감싸듯 전투복을 생성시킨다. 영화 마블 어벤져스에서 토니 스타크가 선보인 나노 입자로 만들어지는 ‘아이언맨 마크50’수트와 비슷하다.

포리멧은 사용자인 인간을 전투기와 자동차 등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전신(転身)’시스템을 탑재했다. 주인공 포리마는 이를 사용해 전투기 ‘포리마호크' 등 총 5개의 메카닉으로 변신할 수 있다.

허리케인 포리마의 ‘전신' 시스템은 타츠노코 프로덕션이 앞서 공개한 ‘신조인간 캐산'의 개로봇 ‘프렌더'의 변신 시스템과 유사하다. 프렌더는 물질변화 시스템을 사용해 전투기·자동차·드릴탱크·잠수함 등으로 변한다.

허리케인 포리마 오프닝·엔딩 영상 / 유튜브

붉은 전투복을 입고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영웅 포리마는 영화 배우 ‘이소룡(Bruce Lee)'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캐릭터다.

애니 제작사 타츠노코에 따르면 포리마는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소룡 주연 1973년작 영화 ‘용쟁호투(龍爭虎鬪·Enter The Dragon)’의 영향을 받았다. 주인공 타케시의 액션은 이소룡의 절권도가 불러일으킨 쿵푸 붐을 기초로 완성됐다.

타케시의 목소리를 연기한 ‘소가베 카즈유키(曽我部和恭)’도 생전 인터뷰를 통해 "타츠노코가 이소룡처럼 목소리 연기를 해달라는 주문을 했고, 이 때문에 이소룡 영화를 몇 번이고 봤다"라고 밝힌 바 있다.

타츠노코에 따르면 타케시가 사용하는 무술 ‘허리케인(파리권·破裏拳)’은 가라데와 유술 등 격투기를 융합해 만든 것이다. 회전 등 원심력을 이용해 적에게 타격을 주는 기술이 많다. 빠른 속도로 움직여 분신술처럼 적의 공격을 피하는 ‘환영(幻影)허리케인', 적을 한 손으로 들어올려 고속회전시켜 날려버리는 ‘진공편수독락(真空片手独楽)’, 점프 반동으로 적을 몇 번이고 발로 차는 ‘반동삼단차기' 등의 기술을 작품 속에서 선보인다.

1974년작 애니 ‘허리케인 포리마'는 앞서 등장한 독수리오형제, 캐산과 달리 코미디 풍으로 이야기 구성을 갖췄다. 차례차례 등장하는 악당들도 기묘한 디자인의 전투복을 입고 등장한다. 1987년 출간된 작품 관련 서적에 따르면 포리마 애니메이션은 미국 만화 스타일을 도입했다. 포리마를 기획한 각본가 ‘토리우미 진조(鳥海尽三)'는 일본 시대극 ‘토오야마의 긴상(遠山の金さん)’과 1924년작 일본소설 ‘쿠라마텐구(鞍馬天狗)’을 기초로 스토리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허리케인 포리마 원작자는 만화가이자 타츠노코 프로덕션 창립자인 ‘요시다 타츠오(吉田竜夫)’다. 요시다는 ‘마하 고고고', ‘독수리오형제', ‘캐산', ‘꿀벌 하치의 대모험', ‘재채기 대마왕'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허리케인 포리마는 요시다의 생전 마지막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타츠노코는 포리마 이후 애니 작품 원작자를 ‘타츠노코프로 기획실'로 표기했다. 요시다는 1977년 9월 5일, 간암으로 인해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허리케인 포리마 캐릭터 디자인은 원작자 요시다와 게임 ‘파이널판타지' 일러스트로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喜孝)’가 맡았다. 아마노는 ‘캐산', ‘테카맨', ‘타임보칸', ‘독수리오형제', ‘고왓파5 고담', ‘모스피다', ‘흡혈귀헌터D’ 등 애니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다.

허리케인 포리마는 만화가 ‘이시하라 코지(石原光二)’와 ‘히로오카 큐시(広岡球志)’의 손을 통해 만화책으로도 등장한 바 있다.

리메이크작인 OVA판 허리케인 포리마 / 타츠노코프로
리메이크작인 OVA판 허리케인 포리마 / 타츠노코프로
포리마는 1996년에는 캐산과 더불어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작품으로 리메이크 됐으며, 2017년에는 배우 ‘미조바타 준페이(溝端淳平)’ 주연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일본에서는 지금도 인지도가 높은 영웅 캐릭터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작 실사영화 ‘허리케인 포리마' / 타츠노코프로
2017년작 실사영화 ‘허리케인 포리마' / 타츠노코프로
물질변화 기능 갖춘 만능 헬멧 ‘포리멧'

주인공 타케시를 영웅 포리마로 변신시키는 헬멧 ‘포리멧'은 오레가 스텔 박사가 만든 고분자중화합물 ‘포리마'로 만든 것이다. 박사는 포리마를 지구상의 어떤 환경에서든 활동할 수 있게 개발했다.

타츠노코 설정에 따르면 포리멧에는 컴퓨터가 내장됐다. 사용자를 판별하는 것은 물론 마이크로 명령을 받아 타케시를 포리마로 변신시키기도 한다. 포리멧 내장 컴퓨터는 형태와 기능이 프로그램된 6종류의 마이크로캡슐과 연동해 ‘물질변화' 기능을 가동시킨다. 주인공은 이를 통해 영웅 포리마는 물론 전투기 포리마호크로도 변신한다.

포리멧은 자력을 응용한 ‘전자필드'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전자필드는 포리마 수트의 기동력과 방어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투기나 자동차 형태에서 메카닉 추진력으로도 활용된다.

만능으로 비춰지는 포리멧과 포리마 수트에도 약점은 있다. 포리마호크 등 메카닉 변신상태에서는 추가 산소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46분1초 동안만 활동할 수 있다.

또, 동력원인 전자필드에도 약점이 있다. 영하50도씨 이하 극저온 상태에서는 전자필드를 장시간 가동시킬 수 없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타케시는 이런 약점 때문에 작품 속에서 악당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장면도 연출된다.

포리마호크 변신 장면 / 야후재팬
포리마호크 변신 장면 / 야후재팬
포리멧은 포리마 수트를 포함해 총 6개의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 애니 팬들 사이서 가장 인기가 높은 변신형태는 전투기 모양의 ‘포리마호크'다. 포리마호크는 비행 능력 외에도 빠른 스피드로 적에게 돌진해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육탄공격도 가능하다.

잠수함 형태인 ‘포리마그랜퍼스'는 발이 스크류 모양으로 변해 추진력을 더한다. 수중전투 장면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포리마드릴'은 드릴이 달린 탱크 모양 메카닉이다. 단단한 드릴로 적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고, 메카닉 후미에 달린 노즐로 어느정도 비행도 가능하다.

포리마머신 변신 장면 / 야후재팬
포리마머신 변신 장면 / 야후재팬
‘포리마머신'은 경주용 자동차 모양의 메카닉이다. 고속주행은 물론,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벽을 타고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포리마롤러'는 앞부분에 커다란 바퀴를 장착한 메카닉이다. 거대 바퀴에 에너지를 집중해 적의 공격을 튕겨내거나 적을 깔아뭉게는 것이 가능하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