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금융자산 수익률간의 상관관계가 증가했다.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던 ‘자산간 수익률 관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시장참여자들은 자산의 고유 위험보다 시장 리스크를 더 불안하게 여겼다. 주가, 채권 가격은 동반 하락했다. 여기에 국가간 상호의존성이 급속히 커지며 시장 리스크는 세계적인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까지 갖게 됐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세계 금융 위기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의 수익률은 낮고 변동성은 확대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금융기관은 전통투자자산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대체투자자산’을 주목한다. 연기금이 대표적이다.
세계 연기금이 대체투자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연기금의 운용 자산 가운데 대체투자자산의 비중은 1990년대 4%에서 2018년 26%로 6배 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8년 기준,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12%에 달한다.
그럼에도, 미국과 영국 등 금융선진국과 비교하였을 때 한국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반대로 아시아·중동·아프리카·남미 16개국 연기금과 비교하면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 연기금이 투자하는 대체투자자산은 인프라와 부동산, 사모펀드(PEF) 등으로 한정됐다. 미술품을 대체투자자산에 편입했다고 공식 발표한 기관은 없다. 반면, 해외 연기금은 한국과 사뭇 다르게 움직인다.
영국철도연금 ‘영국철도연금펀드(The British Rail Pension Fund, BRPF)’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술품을 추가했다. 무려 50년 전인 1974년부터다. 당시 미술품 투자 누적 금액은 4000만파운드, 오늘날 595억4600만원에 달했다.
다른 나라는 오래 전부터 미술품을 투자 자산으로 보고, 실무 적용 및 학계 연구를 병행했다.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을 포함한 경제학자들도 1960년대 초부터 미술품을 금융 자산으로 고려했다.
미술품이 대체투자자산의 조건을 전부 만족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미술품의 높은 수익률,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감소 가능성을 입증하는 연구도 지금 활발하다.
다른 나라는 ‘장기투자’,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점에서 이미 미술품을 대체투자자산으로 고려했다. 반면, 한국에서 미술품에 투자한다고 하면 우려하는 목소리부터 낸다.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가격 산정의 어려움, 투자 손실 가능성, 유동성 리스크 등이 제기된다. 사실, 이는 미술품 뿐만 아닌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자산 대부분이 직면하는 과제다.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가격 산정의 어려움과 투자 손실 가능성은 시장 분석과 네트워크 개발, 전문 인력 확보로 개선해야 한다. 미술품 투자를 다른 대체투자자산처럼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로 고려하면 유동성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투자하는 개인·기관보다는,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투자하는 기관들이 미술품을 대체투자자산으로 고려하고, 또 실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에서도 해외처럼, 미술품을 연기금의 대체투자자산으로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다.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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