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⑦ 커피 잔류농약 허용 기준 강화

  • 신혜경 칼럼리스트
    입력 2020.10.09 06:00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112만톤이 넘는 커피생콩을 수입하였다고 한다. 금액으로는 34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커피 생콩이 수입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커피생콩에 대한 잔류농약기준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느슨해서 일본에서 농약 검출로 수입이 금지되면 곧바로 우리나라로 수입되어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 12월 31일부터 ‘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를 시행하여 농산물에 대한 농약잔류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한 이후에는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PLS는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경우 불검출 수준(0.01ppm 이하)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잔류농약기준이 없는 농약에 대해서는 '불검출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의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제도나 잔류농약기준이 없는 농약에 대해서 사실상 불검출 기준과 동일한 0.01ppm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일본의 PLS제도와 사실상 같은 제도이다.

    과거에는 잔류농약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는 농약에 대해서는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기준 또는 유사농산물의 최저기준을 적용하여 왔다. 이에 따라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의 잔류농약 최초 정밀검사 59항목 중 잔류농약기준이 없는 50개 항목에 대하여 상당 부분 ‘유사농산물의 최저기준’을 따르고 있었다.

    커피생콩에 살충제와 제초제, 살균제와 화학비료 등의 농약 사용이 급증하게 된 것은 커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하여 전통적인 그늘재배방식을 버리고 브라질의 파젠다(fazenda)와 같은 대규모의 기계화된 농법을 사용한 것에 기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중의 하나인 콜롬비아의 경우 전체 커피 생산량이 68%가 기계화 경작 방식에 의해 생산되며 연간 40만톤에 이르는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에는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커피 생두 1파운드당 반 파운드 꼴의 화학비료를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커피 재배에 엄청난 화학비료가 사용되고 있다.

    기계화된 대규모 커피 플랜테이션 재배방식 및 수확방식은 커피생콩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정성이 훨씬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자연히 커피의 풍미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커피는 박리다매 용으로 시장에 공급될 수밖에 없어 이익을 내려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다시 화학비료나 농약이 사용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커피재배에 사용되는 DDT, 말라티온, 벤젠헥사클로라이드 등의 화학약품은 발암물질로 의심받거나 분해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 대부분이다.

    사실 커피체리에 농약이 살포돼도 외과피와 과육, 점액질(뮤실리지), 그리고 파치먼트라고 하는 딱딱한 속껍질이 내부의 생콩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잔류 농약은 극소량만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고,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서 고온에서 연소되기 때문에 커피 음용에 농약과 관련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미국 FDA가 커피생콩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와 같은 살충제 성분이 생콩에서는 빈번히 검출되었지만, 로스팅 단계를 거친 원두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학자의 2012년 발표 연구논문에서도 음용하는데 실제로 사용되는 로스팅된 원두에는 잔류농약 기준이 없다고 하면서 실험 결과 로스팅을 하면 잔류농약이 거의 사라진다고 밝혔다.

    일본 학자의 논문
    살충제의 효력증강제인 피페로닐 부톡시드(piperonyl nutoxide)와 무취 살충액인 클로르덴(chlordane)은 0.2 and 1.0 μg/g 정도만 극미량이 남아있고 제초제 아트라진(atrazine)은 열에 약하여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독일 학자의 1984년 연구논문에서도 로스팅 후에는 생콩에 남아있던 잔류농약이 80%에서 100%까지 사라진다고 밝혔다.

    독일 학자의 논문
    따라서 우리가 직접 마시는 커피 음료의 경우 잔류농약 걱정은 사실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식품공전에도 "커피원두(식품공전에서는 커피생콩 또는 생두를 커피원두라고 표현하고 있다)를 가공한 것이거나 또는 이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한 것으로서 볶은 커피(커피원두를 볶은 것 또는 이를 분쇄한 것), 인스턴트커피(볶은 커피의 가용성 추출액을 건조한 것), 조제커피, 액상커피"의 경우는 납, 주석과 같은 중금속에 관한 기준과 색소 및 세균에 관한 기준만을 설정하고 있으나 농약에 대한 기준은 전혀 설정하고 있지 않다.

    오늘날 커피 생산국에서도 화학비료 등으로 인한 농민들의 건강 문제와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하여 전통적인 그늘재배 방식이나 유기농 농법으로 커피를 재배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커피생콩의 수송 과정에서 다량의 살충제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확 후 커피를 말리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벌레가 커피 속에 알을 깔 수가 있다. 선박으로 운송되는 도중 이 알들이 벌레가 되면 통관과정에서 적발되어 통관이 금지된다.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농약이나 살충제를 살포하기도 하는 것이다. 주로 상한 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저가 로부스타 커피에 이런 경우가 많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를 시행한 이후에는 수송 과정에서의 농약이나 살충제 살포로 인한 잔류 농약 문제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주 바람직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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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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