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케이뱅크 시중은행과 금리 차이 미미
예대마진으로 수익 못내…핀테크와 경쟁해도 불리
은행 점포도 유지하면서 디지털 전환까지 '이중고'

은행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에 핵심 수익구조였던 '예대마진' 비즈니스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 기반으로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 달리 점포도 유지하면서 디지털 전환도 해야 하는 은행들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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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예금과 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9월 발표한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0.81%로 집계됐다. 7월(0.82%)보다 0.0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6월(0.89%) 이후 석 달 연속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예금 은행의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를 일컫는 예대마진은 1.82%로 7월(1.88%)보다 0.06%포인트 떨어졌다. 예대금리차는 금융기관의 마진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예대금리차가 줄어들면 금융기관 수입은 그만큼 쪼그라들게 된다.

그 동안 예대마진 수익에 의존하던 은행들은 위기를 직감하고 발 빠르게 디지털전환에 공을 들여왔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모두 전(全)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와 예대마진 비즈니스에 의존하던 은행들이 모바일 기반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은 은행엔 위협 요소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넘어섰다. 신한과 KB국민 등 주요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평균 가입자 수가 1339만명이라는 사실에 견줘보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한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추진하는 기업공개(IPO)가 이뤄지면 카카오페이와 증권, 보험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뱅크도 7월 자금 수혈에 성공한 뒤 사업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9월에만 5개 이벤트를 연달아 쏟아내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BC카드, NH투자증권, 우리은행 등 주요 주주를 등에 업은 대규모 프로모션이다.

여기에 은행들의 오프라인 점포 운영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이 필요한 시점에 모바일 기반을 갖춘 인터넷은행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반면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외쳐야 하는 은행은 사실상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점포 유무로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지침만 봐도 은행 점포는 당국 차원에서 주시하는 부분이어서 함부로 줄일 수도 없다"며 "우리와 달리 무(無)점포 운영이 가능한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빠른 성장에서 보듯 디지털화에 민감한 소비자를 붙잡기엔 이미 접점을 잃었다는 인식도 짙게 깔려있다. 은행 업계에선 사실상 핀테크 업체로의 이직률도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비이자수익 사업도 진행하지만 기준금리가 내리면 은행도 정기예금 같은 수신상품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내부적으로는 금리로 장사하던 예전과 같은 위상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핀테크 업체로의 이직률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