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TV에 계열사 부품 비중이 점차 줄어든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져서다. 양사는 계열사의 배터리, 디스플레이 부품만을 탑재하기 보다 자사 수익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전략적으로 중국업체 부품을 채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에 삼성이 없고, LG전자 제품에 LG가 없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1 ▲갤럭시 S21+ ▲갤럭시 S21 울트라 초도 물량에 들어갈 배터리를 중국 ATL에서 조달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20 시리즈/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삼성전자
ATL이 삼성전자 플래그십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배터리 발화로 조기 단종한 ‘갤럭시노트7’ 이후 5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리콜된 제품의 배터리 불량 원인으로 ATL 배터리를 지목했고, 이후 삼성전자의 플래그십폰에는 ATL이 아닌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를 주로 채용했다.

LG전자는 2020년 초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롤러블폰의 핵심요소인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 BOE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한다.

LG전자는 앞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LG 벨벳’과 ‘LG 윙’에도 BOE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ATL 재도입과 LG전자의 BOE 채용은 원가 절감이 결정적 이유다.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TL에 삼성SDI 대비 파격적인 공급가를 제시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BOE의 OLED 패널 단가 역시 LG디스플레이 대비 60% 이상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각자도생의 행보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QLED TV에 쓰이는 대형 LCD 패널 중 3분의 1만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았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력이 뒤지는 대형 LCD 사업을 연내 접고, QD디스플레이로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 쑤저우의 LCD 생산라인을 매각하며 사업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QLED TV용 LCD 패널 공백은 중국 BOE·CSOT나 대만 AUO 등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가 채울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TV로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를 낙점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생산원가와 수율 문제로 VD사업부에서도 도입에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를 감안해 중국과 일본 TV 제조사에 시제품을 보내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저가 제품에 주로 계열사가 아닌 중국 제품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라인에서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채용이 빈번하다"며 "이는 향후 계열사와 거래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