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텔 11세대 ‘타이거 레이크’ 미리 써보니

입력 2020.10.10 06:00

4분기로 접어들면서 PC 업계에서도 2021년을 대비한 차세대 신제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인텔의 ‘타이거 레이크(Tiger Lake)’ 기반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이를 탑재한 차세대 노트북들도 그 일부다.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10세대 ‘아이스 레이크’에 처음 도입했던 10나노미터(㎚) 공정을 바탕으로 더욱 진보한 슈퍼핀(SuperFin)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이전 10세대 제품보다 작동속도, 반응성, 전력효율 등이 더욱 개선됐다고 인텔은 설명한다. 특히 11세대 제품부터 적용되는 인텔의 ‘아이리스 Xe 그래픽스’ 내장 GPU는 경쟁사의 내장 그래픽 및 엔트리급 외장 GPU보다도 낫다고 강조한다.

인텔의 11세대 타이거 레이크 엔지니어링 샘플 노트북 / 최용석 기자
과연 그만한 성능을 실제로 발휘할까. 11세대 프로세서의 대략적인 성능을 인텔로부터 대여한 테스트용 샘플로 미리 확인해봤다. 마침, 경쟁사의 저전력 모바일 프로세서 충 최상급 제품인 라이젠 7 4800U를 탑재한 노트북도 가지고 있었던 만큼, 간단한 성능 비교도 진행했다.

코어 수는 적지만 전반적인 성능은 ‘우위’

11세대 샘플 노트북은 정식 판매 제품이 아닌 제품 개발을 위한 테스트용 제품이어서인지, 제조사가 아닌 인텔 로고가 큼직하게 그려졌다. 판매용 노트북에 비교해 일부 편의 기능이나 관리 기능 등이 생략되어 있었지만, 인텔 11세대 CPU의 대략적인 성능을 확인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었다.

윈도 작업관리자(왼쪽)와 CPU-Z로 확인해 본 인텔 11세대 코어 i7-1185G7 프로세서의 기본 정보 / 최용석 기자
윈도의 작업관리자와 CPU 정보를 확인하는 프로그램 CPU-Z로 확인해 보니 4코어 8스레드 구성의 코어 i7-1185G7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정식 발표한 11세대 저전력 라인업 중 최상위 모델이다. 기본 작동 속도는 3㎓지만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터보 부스트’ 활성화 시 4㎓를 훌쩍 넘는다. 단일 코어의 경우 최대 4.8㎓까지, 멀티 코어의 경우도 4.3㎓까지 올라간다.

경쟁사의 라이젠 7 4800U가 무려 8코어 16스레드의 코어 구성을 자랑하는 것과 비교하면 4코어 8스레드 구성은 다소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은 주로 CPU 코어를 많이 쓰는 영상 편집, 이미지 렌더링 같은 전문적인 작업 용도로 쓰는 것보다 가볍게 이동하면서 일반적인 PC 업무 처리를 주로 하고, 여가 시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코어 수가 더 많은 것이 결정적인 우위가 되지는 못한다. 일반적인 작업 성능과 효율, 그래픽 성능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CPU-Z 벤치마크를 이용한 성능 비교 / 최용석 기자
우선 CPU-Z에 포함된 자체 벤치마크 기능으로 성능을 비교했다. 멀티 스레드 부문에서는 코어 수가 2배 더 많은 라이젠 7 4800U가 3784.3점으로 2963점을 기록한 코어 i7-1185G7를 확실히 앞서지만, 싱글 스레드 부문에서는 코어 i7-1185G7은 616.3점을 기록하며 513.5점에 머문 라이젠 7 4800U를 100점 차 이상으로 따돌렸다.

인텔 제품이 싱글코어 터보 부스트 속도가 4.8㎓까지 올라가는 만큼 싱글 스레드 성능이 이 정도 차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다만, 멀티 스레드 점수를 코어 수로 나누어 보면, 인텔 11세대 타이거 레이크 프로세서의 코어당 성능이 경쟁사 제품을 확실히 앞선 것을 알 수 있다. 즉, 코어 수가 중요하지 않은 대부분의 일반 작업에서는 인텔 11세대 탑재 제품이 훨씬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UL 벤치마크 PC마크 10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전반적인 PC 성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인 UL 벤치마크의 ‘PC마크 10’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CPU코어를 많이 쓰는 영상이나 이미지 편집 등이 포함된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부문에서는 라이젠 7 4800U가 앞서지만, 인터넷 검색이나 스트리밍 영상 감상, 앱 실행 등이 포함된 ‘에센셜’ 항목과 워드프로세서(워드), 스프레드시트(액셀) 등의 업무용 성능을 확인하는 ‘프로덕티비티’ 부문에서는 인텔 코어 i7-1185G7이 확실히 앞선다.

종합 점수에서도 5643점 대 4917점으로 인텔 11세대 제품이 훨씬 앞선다. 배터리만 사용하는 상태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해 보니, 4126점 대 3249점으로 역시 인텔 11세대 코어 i7-1185G7가 앞선다.

물론, 멀티코어 성능만큼은 확실히 라이젠 노트북이 우위에 있다. 단순하게 CPU의 멀티코어 성능이 중요한 CPU 성능 테스트 프로그램인 ‘시네 벤치 R20’과 ‘블렌더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는 라이젠 노트북이 훨씬 높은 점수가 나왔다.

시네벤치 R20 테스트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블렌더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그래픽, 게임 성능조차 경쟁사 앞서

인텔은 이번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그래픽 성능을 유난히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텔 역시 11세대부터 적용하는 ‘Xe 그래픽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GPU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텔 11세대에 적용된 ‘아이리스 Xe 그래픽스’의 성능은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물론, 실제 게임 성능에서도 ‘라데온 GPU’를 내장한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우수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텔 코어 i7-1185G7(왼쪽)과 라이젠 7 4800U의 내장 그래픽 3D마크 테스트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먼저, 게임 성능 확인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UL 벤치마크의 ‘3D마크’의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 결과를 보면 CPU 성능을 뺀 그래픽 스코어 기준으로 인텔 코어 i7-1185G7이 5692점, 라이젠 7 4800U가 3776점을 보였다. 좀 더 고사양을 요구하는 ‘타임 스파이’ 테스트에서도 인텔 코어 i7-1185G7이 1624점, 라이젠 7 4800U가 1147점을 보이면서 인텔 11세대 제품이 훨씬 앞선 모습을 보인다. 이전까지 ‘단순 화면 출력기’라는 비하 섞인 평가를 받아왔던 기존 인텔 내장 그래픽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오버워치 게임 프레임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이러한 점수 차이는 실제 게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본격적인 고사양 게임의 관문 격인 ‘오버워치’에서 자동으로 설정하는 그래픽 품질 옵션의 경우, 인텔 11세대 내장 그래픽인 ‘아이리스 Xe 그래픽스’가 ‘높음’으로 잡히는 것과 달리, 라이젠 내장 ‘라데온 베가 그래픽’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중간’으로 잡힌다.

풀HD 해상도에서 동일하게 ‘높음’으로 설정하고 외부 영향 요인(인터넷 응답속도 등)이 적은 훈련장에서 화면 프레임률을 확인해 보니, 인텔 11세대 코어 i7-1185G7는 평균 98.9 프레임, 최대 124프레임까지 나오는 것에 비해 라이젠 7 4800U는 평균 74.2 프레임, 최대 95프레임에 머문다.

그래픽 품질 옵션을 더 높여 ‘매우 높음’으로 하니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인텔 코어 i7-1185G7이 평균 80.5 프레임, 최대 102프레임을 보이는데 반해 라이젠 7 4800U는 평균 53.5프레임, 최대 65프레임을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다른사람들과 협력하고 변수가 많은 멀티플레이 실전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인텔 코어 i7-1185G7은 ‘매우 높음’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멀티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라이젠 7 4800U는 ‘높음’에서도 화면 프레임이 급격히 떨어지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프레임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더욱 고사양을 요구하는 ‘배틀 그라운드’ 역시 인텔 11세대 코어 i7-1185G7가 앞선 모습을 보인다. 가장 대중적인 그래픽 설정인 ‘국민 옵션(일부만 최고로 설정하고 나머지를 최저로 설정)’의 경우 훈련장 기준으로 인텔 코어 i7-1185G7이 평균 45.1 프레임, 최대 65프레임을 보여준다. 라이젠 7 4800U는 같은 설정에서 평균 38.3 프레임, 최대 44프레임을 보인다.

모든 그래픽 옵션이 최대인 ‘올 울트라’ 설정에서는 인텔 코어 i7-1185G7이 평균 38.6 프레임, 최대 45프레임을 기록했다. 라이젠 7 4800U는 평균 23프레임, 최대 31프레임을 보여준다. 두 제품 모두 본격적인 실전 플레이는 어려운 수준이지만, 내장 그래픽을 고려하면 충분히 선전한 셈이다. 인텔의 경우, 화질이나 해상도를 더욱 낮추면 실전 플레이도 가능한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참고로, 게임을 통해 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CPU 온도는 양사 제품 모두 90도~100도(℃) 사이를 오가는 등 차이가 없었다. 인텔 테스트 샘플이 1개 히트파이프와 1개 냉각 팬을 사용한 것과 달리, 정식 발매 제품인 라이젠 노트북 샘플은 2개의 히트파이프와 2개의 냉각팬을 채택한 제품이었음을 고려하면, CPU 온도에 대한 사항은 인텔 11세대 정식 발매 제품이 나온 이후에나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한 수 위의 AI 가속 기능은 인텔 11세대만의 장점

인텔 11세대만의 장점도 있다. 바로 내장 GPU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가속 기능이다. 기업은 물론, 개인이 다루는 데이터의 양과 종류도 급격히 증가하는 요즘 시대에 더욱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AI 가속 지원 기능은 필수다.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자체적으로 CPU와 GPU 모두를 활용하는 인텔 딥러닝 부스트와 가우시안 및 뉴럴 가속기(GNA)라는 AI 가속 기능이 탑재됐다. 인텔의 자체적인 비전 솔루션 ‘오픈비노(OpenVINO)’를 비롯해, 윈도 운영체제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머신러닝 기능과, 구글 크롬의 크로스 머신러닝도 지원하는 등 지원 애플리케이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러한 AI 가속 기능을 이용하면 CPU로만 처리할 작업을 GPU와 분산해 처리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반복 작업을 AI 학습으로 최적화 및 간소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작업 시간을 줄이고, 같은 시간 더 많은 일을 수 있게 한다.

네로 AI 포토 태거 작업시간 테스트 결과 / 최용석 기자
AI로 다수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해당 사진의 내용에 맞는 태그(tag)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네로 AI 포토 태거(Nero AI Photo Tagger)’에서 1000장의 사진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작업의 경우, 인텔 코어 i7-1185G7이 약 30초가 걸린 데 비해 라이젠 7 4800U는 약 48초가 걸린다. 인텔 11세대가 37.5%쯤 더 빠른 셈이다.

라이젠 프로세서가 내장 그래픽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8개의 CPU 코어만 사용해 AI 작업을 진행한 것과 달리, 인텔 11세대 프로세서는 4개의 CPU 코어에 다수의 GPU 코어까지 AI 작업에 동시에 활용한 결과다.

이러한 AI 가속 지원 여부는 앞으로 등장할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미 영상 편집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인 어도비의 프리미어 프로의 경우 GPU 기반 AI 가속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데 활용 중이다. 그 때문에 영상 작업용 노트북을 선택하는 기준은 멀티코어 CPU뿐 아니라 GPU 기반 AI 가속을 지원하는 엔비디아 GPU의 탑재 여부가 매우 중요한 선택 포인트였다.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기존의 ‘퀵 싱크’ 하드웨어 인코더뿐 아니라 더욱 향상된 GPU 기반 AI 가속기능까지 더해짐으로써 CPU 코어 수가 적다는 약점과, AI 가속을 위해 외장 GPU를 반드시 갖춰야 했던 불편함을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노트북 시장 위상 회복하나

사실 2020년 PC 시장은 인텔에게 쉽지 않은 한 해였다. 특히 데스크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노트북 시장에서도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앞세운 경쟁사에 덜미를 잡힌 만큼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개선되고 안정화된 10나노 공정에 내장 GPU 성능과 AI 성능이 대폭 강화된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선보임으로써 인텔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특히, 오랫동안 고성능 GPU 기술을 보유해왔고, 이를 내장 그래픽으로 제공하는 것을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강조해왔던 경쟁사와 비교해 오히려 한발 앞선 모습을 보인 ‘아이리스 Xe 그래픽스’가 인상 깊다. ‘준 게이밍 노트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게임 성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인텔 11세대 타이거 레이크 엔지니어링 샘플 노트북 / 최용석 기자
물론,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이 실제 판매 제품이 아닌, 개발용 샘플인 만큼 실제 판매용으로 나오는 완성품에서의 성능 결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인텔이 제시한 차세대 노트북 디자인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아테나 프로젝트’의 후속인 ‘이보(EVO) 플랫폼’을 적용해 더욱 최적화한 설계를 적용한 경우,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연말을 앞둔 만큼, 슬슬 다양한 브랜드에서 저마다의 특성을 갖춘 인텔 11세대 노트북 제품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턱 밑까지 쫓아온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노트북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위상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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