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통3사에 5년 사용대가로 6223억 책정
이미 2000억 넘게 사용도 못한채 써버린 셈
정부 상용에 맞춰 주파수 할당 시점 늦췄어야

정부가 ‘리얼5G’로 불리는 주파수 28㎓ 대역의 당장 상용화가 불가능함에도 2018년 5년간 할당 대가로 6223억원을 챙겨 논란이다. 이미 2년 가량이 지난데다가 정부는 28㎓ 보급 의지도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이통사는 헛돈을 날렸다는 평가다.

14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지난 2018년 5G 28㎓ 대역 할당대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미 지불키로한 비용이 6223억원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SK텔레콤(28.1G~28.9㎓대역)은 2073억원 ▲KT(26.5G∼27.3㎓ 대역) 2078억원▲LG유플러스(27.3G∼28.1㎓ 대역) 2072억원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과기부가 28㎓ 대역 할당 당시 이통사에 부여했던 의무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주파수 이용 기간을 단축하거나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해당 주파수 대역을 할당할 당시 상용화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통3사는 주파수를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한 채 2년 가까이 값비싼 비용만 날리며, 속앓이를 제대로 하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특정 이통사는 28㎓ 대역 상용화 시점을 연기해달라 얘기하고 있지만, 또 다른 회사는 시범서비스부터 하겠다는 식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며 "2021년까지 기준 장치수를 못 채울 경우 원칙적으로 주파수를 회수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이통3사 CEO 초청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 과기정통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이통3사 CEO 초청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28㎓ 대역의 포괄적 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3.5㎓ 대역의 상용화는 목전에 와 있었지만, 초고대역 주파수인 28㎓ 상용화는 기술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28㎓ 대역 상용화의 불확실성을 인지했다는 점은 3.5㎓ 대역 주파수와 달리 덜 까다로운 조건(기준구축수)을 내걸었다는 점과 할당대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데서 유추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연도별 5G 망 구축 의무를 살펴보면, 이통3사가 28㎓ 대역 기준 설치해야 할 총 장비 수는 10만개며 3년간 구축해야 할 의무 비율은 그 중 15%인 1만5000개다. 10만개라는 기준은 정부가 이통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다시피 해 결정한 숫자로 나타났다.

반면 28㎓ 대역과 함께 할당한 3.5㎓ 대역의 경우 장비 수가 아닌 기지국 수 기준으로 의무가 부가됐다. 이통3사는 3년 내 2만2500국, 5년내 4만5000국을 설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기지국에 여러 개의 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3.5㎓ 대역에 대한 설치 의무가 더욱 까다롭다. 상용화 1년 4개월을 맞은 8월 31일 기준 이통3사 설치 3.5㎓ 기지국은 총 13만2008국(준공신고 기준)이다.

28㎓ 대역 5G는 서브6 대역인 3.5㎓ 대역 기반 5G 대비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예민한 주파수 대역이다. 커버리지를 넓히려면 촘촘한 기지국 설치가 필수다. 28㎓ 대역으로 5G를 상용화한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은 전국으로 5G 커버리지를 확대하기 위해 서브6 대역을 병행해 쓴다. 28㎓ 대역만 사용할 경우 충분한 통신 음영지역 발생 예방이 어렵다.

국내 이통사들은 주파수 간섭이 심한 28㎓ 대역 기반 5G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눈치를 보인다. 상용화 시기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증폭되지만, 정확한 시점 공개에 인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통사에 높은 가격에 주파수를 할당해 놓고, 수익 창출과 별개로 투자만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판데믹 후인 4월 5G 조기 투자를 통한 28㎓ 주파수 연내 구축을 발표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생태계가 구축되지도 않은 상황에 상용화 시점 확정 요구에 부담이 크다.

이통업계는 언제 쓸지 모를 주파수를 할당 받은 후 앉아서 매일 수억원씩 돈을 날리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2월 1일부터 5년간 28㎓ 주파수를 할당하며 정부가 6223억원의 대가를 챙겼는데, 이통3사는 사용하지도 못하고 앉아서 22개월 간 2281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할당 2년째인 2020년 12월 1일이 되면 이통사의 자산 2490억원이 사라진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억울한 가격(주파수할당대가)이긴 하다"며 "3.5㎓ 대역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28㎓ 대역 투자 압박까지 받다보니 우스갯소리로 주파수를 반납하고 싶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주파수를 반납한다고 해도 할당대가를 되돌려받을 수 없으니 울며겨자먹기로 투자를 해야 한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정부 역시 이렇게까지 5G 킬러콘텐츠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며 "전파법 상 주파수 할당대가는 매출액 대비 3%로 하므로, 2000억원이라는 할당대가를 낸다고 가정할 경우 수조원의 매출을 내야 하는데 현재까지 28㎓ 대역 기반 비즈니스 모델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사업자에게 수익이 나지 않는 28㎓ 대역 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전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며 "28㎓ 대역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다"며 "종합감사 때까지 과기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주파수 할당에 따른 적정대가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28㎓ 대역은 장기적으로 5G 서비스를 위해 3.5㎓ 대역과 함께 가야 할 필수 주파수 대역이라는 생각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파수를 할당할 때 정하는 의무 기지국(장치) 구축수는 주파수만 받고 망을 깔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건으로, 전국망 구축 의무와는 다른 내용이다"며 "미국도 트라이밴드(저대역-중대역-초고주파대역) 전략을 유지하고 있고, 기술이 진화할수록 점점 고주파로 가는 방향성은 이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