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틀렸지만 지금은 맞다...유료방송 노조 태도 급변

입력 2020.10.18 06:00

유료방송 시장이 격변하자 과거 인수합병(M&A)을 강하게 반대하던 노동조합(노조)의 태도도 달라졌다. 시장의 흐름을 거부하다 자칫 회사가 도태할 수 있으니, 실리적인 방향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5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케이블TV 인수합병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 류은주 기자
16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노조는 회사의 매각에 적극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딜라이브지부는 14일 딜라이브와 임금협상을 포함한 2020년 단체 협상을 잠정 합의하는 자리에서 동종업체인 통신3사를 포함해 딜라이브 매각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과거 통신사의 케이블TV M&A 추진설이 돌 때마다 노조의 반대 시위가 빈번하게 열렸다. 딜라이브 노조도 2018년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것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년 후인 지금은 ‘M&A 찬성'으로 선회했다.

M&A를 추진 중인 KT스카이라이프의 노조도 비슷하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는 과거 M&A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현대HCN 인수를 반대하지 않았다. 케이블TV 시장이 역신장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사업자 간 결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딜라이브의 경우 M&A가 시급한 상황이다. 수년 전부터 매물로 나왔지만 높은 매각가와 여러 유료방송 합산규제 등의 이슈 때문에 인수가 성사되지 못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T는 최근 자회사를 통해 현대HCN을 인수하며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했으므로, 추가 M&A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한 LG유플러스와 티브로드를 인수한 SK브로드밴드가 2위 자리를 놓고 경합하기 위해 추가 M&A를 할 가능성이 높다.

IPTV 업체들은 현재 매물로 남은 딜라이브와 CMB를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반대 이슈까지 더해지는 것은 딜라이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노조의 매각찬성 입장 발표로 인해 딜라이브의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M&A 시장에 나온 종합유선방송(SO) 매물 중 딜라이브의 경우 ‘강성노조'가 있어 인수자들이 부담을 가지는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인수가가 딜라이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CMB가 먼저 매각된다면, 마지막 매물로 남겨진 딜라이브는 매각가 협상에 불리하기 때문에 양 사 간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채권단은 매각가로 9000억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MB의 경우 매각가가 3000~4000억원대로 점쳐진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과거 파업과 시위 이미지가 강해 ‘강성노조'라는 얘기가 있긴하지만, 6년째 무분규다"며 "이제 M&A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라는 것에 노조도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도 "회사가 살아야 노조(임직원)도 살 수 있는 만큼, 현재 케이블업계 위기에 발맞춘 스탠스로 보인다"며 "반대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므로 노조도 조금씩 변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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